[니어쇼어링, 멕시코 향하는 테크기업]배·전·반 사업 키울 기회의 땅, LS 투자 확대④구자은 회장 의지 반영, 수조원 투입 예고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29 13:07:04
[편집자주]
코로나19 국면 이후 전 세계가 공급망 관리(SCM)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국은 핵심 산업 생태계를 자국 또는 인근에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시장 공략에 적합한 데다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멕시칸드림'을 꿈꾸며 연이어 투자를 단행하는 모양새다. 삼성·LG 등 주요 기업의 멕시코 투자 흐름 및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LS그룹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한다. 해당 비전은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배·전·반)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2030년에 자산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2022년(29조5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키워야 가능한 수치다.LS그룹은 지난해 구자은 회장 체제 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36조3459억원, 영업이익 1조2017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20%, 30% 증가했다. 구 회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내세운 배·전·반 산업은 북미가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전기차 기업이 대거 포진한 덕분이다. LS그룹의 시선이 멕시코를 향하는 배경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 부품 공장 가동 '가시화'
최근 행보로는 LS일렉트릭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이 눈에 띈다. 작년 4월 분사한 이 회사는 EV릴레이, 배터리 디스커넥트 유닛(BDU) 등이 주력이다.
EV릴레이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차량에 쓰인다.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파워 트레인에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공급 또는 안전하게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고압, 고전류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경량화, 저소음화 기술이 경쟁 요소다.
BDU는 릴레이와 전류 센서, 프리 차지(Pre-charge) 저항, 퓨즈 등이 조합된 모듈이다. 배터리와 부하단(인버터·쿨링시스템·히팅시스템·기어박스 등)을 연결해 배터리의 고전압 전류를 연결 및 차단하는 일종의 스위치다.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전류가 흐를 시 전원을 차단해 회로 및 관련 부품을 보호하기도 한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다임러, 폭스바겐,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현대차·기아와 2500억원 규모 EV릴레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분사한 지 1년4개월 만에 누적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EV릴레이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9000억원 수준에서 2026년 4조4000억원, 2030년 7조3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같은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지난해 7월 멕시코 두랑고에 신공장을 짓기로 했다. 앞서 중국 공장을 구축한 데 이어 해외 두 번째 기지다. 3대 전기차 시장 중 2곳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셈이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의 멕시코 사업장은 연내 공사를 마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EV릴레이, BDU 등 양산에 나선다. 두랑고 주정부의 산업시설 지원, 세제 감면 혜택, 인력 채용 교육 등을 제공받아 설립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멕시코 북부 도시인 두랑고는 북미 공략을 위한 생산, 물류 등에 최적화된 위치로 평가받는다.
두랑고 공장을 통해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2030년 EV릴레이 900만대, BDU 200만대의 생산능력(캐파)을 갖춰 북미 시장에서 연 7000억원 수준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먼저 멕시코에 자리 잡은 계열사도 있다. LS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다. 지난 2019년부터 누에보레온주에서 차량용 스위치, 룸램프 등을 제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고객 비중이 높아지는 등 매출처 다변화도 이뤄내고 있다.
◇LS그룹, 북미 활동 다각화…구자은호 성장세 이어갈까
LS이모빌리티솔루션 모회사인 LS일렉트릭도 북미에서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SK온과 포드, LG에너지솔루션과 GM 등 미국 합작공장에 배전시스템을 납품하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짓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역시 LS일렉트릭이 배전시스템을 담당한다. 증권가에서는 LS일렉트릭이 올해 북미 사업에서 역대급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한다.
LS엠트론은 최근 멕시코에 신규 거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1년 LS엠트론은 DJK그룹 미국 사출성형기 사업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출성형 판매법인 LS IMM 멕시코를 몬테레이에 설립했다. 기술센터 등이 있어 현지 마케팅에 도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구 회장이 배·전·반 프로젝트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확장 중인 LS전선,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와의 합작법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 비철금속 계열사 LS MnM 등이 북미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을 관측된다. 유럽과 함께 친환경 정책에 적극적인 국가들이 포진된 영향이다.
향후 LS그룹은 북미를 발판 삼아 비전 2030을 현실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올해 초 구 회장은 "앞으로 8년간 총 20조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하겠다"면서 그룹 육성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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