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정원 그대로, 본사 인력 '현장 재배치' 추진 주거 복지 등 핵심 기능 수행 필요성 고려, 앞서 2차례 개편 영향
신상윤 기자공개 2023-12-14 09:33:53
[편집자주]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세 번째 혁신 방안을 내놨다. 2021년 6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혁신 방안에 이어 이번에는 민간 경쟁체제 도입과 안전 및 품질 검증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더벨은 세 번째 혁신 방안에 담긴 LH의 과제 및 역할 변화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자정 노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를 혁신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 공급 시장의 민간 개방과 품질 및 안전 부문에서 형성된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혁신 방안들과 달리 이번에는 조직과 정원 등을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부담은 덜어낸 모양새다.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부처가 지난 12일 발표한 'LH 혁신 방안'은 공공주택 공급 시장에 민간 경쟁 구조 재편과 공급 단계서 발생할 수 있는 전현직 직원간 이권 개입 가능성을 막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선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시행이나 분양의 주체로 민간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LH가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민간과 공동 시행하는 경우만 존재했다.
여기에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가진 독점적 권한을 민간과 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넘기기로 했다. LH 출신들이 설계나 시공, 나아가 감리 등 과정에서 개입해 이권을 챙길 수 있어 품질 또는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본 것이다. 설계와 시공은 조달청이,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이 선정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혁신 방안에선 LH의 조직 및 정원의 개편이나 분리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2021년 3월 LH 직원들의 투기사태 이후 그해 6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혁신 방안에선 조직 개편과 정원 감축이 중요한 내용 중 하나였던 것과 비교하면 내부보단 외부 영향력 축소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과거 국토부가 발표했던 개편안에는 LH에 주거복지부문만 두고 토지부문과 주택부문을 분리해 자회사 성격의 기관을 만드는 것도 포함됐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LH로 합쳐진 이래 가장 파격적인 개편안으로 평가됐다. 이 개편안은 공공성이 강한 주거복지부문의 수익성 후퇴 등 각종 논란을 키운 채 현재는 서랍으로 들어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제시된 방안은 정원 1000명 감축과 본부 조직 통폐합 등이었다. 2차 방안에는 지역본부 및 사업단 축소, 비핵심 기능 정리 등과 정원 220명 감축안이 포함됐다. 실제로 LH는 투기사태 이후 기존 9개 본부였던 조직 가운데 3개를 폐지해 6개 본부 체제로 개편되는 등 일부 변화가 이어졌다.
2차 방안이 나온 지 11개월 만에 3차 혁신안이 다시 나왔지만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현재 조직이나 정원 등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되면서 LH는 큰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도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일선에 있는 LH에 변화를 최소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3기 신도시 사업은 남양주 왕숙·왕숙2를 비롯해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수도권 일대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서울 도심 지역 접근성을 고려한 주거 안정 정책과 맞물린 사업으로 개발 면적만 330만㎡ 규모에 17만호가 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2027년까지 5년간 270만호 공급과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공공성을 띤 주택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선 LH의 무리한 조직 개편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LH도 자구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6개 본부 체제에서 큰 변화는 없으나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현장에 투입되는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내부에서 조직 단위의 인력을 슬림화하고 강화되는 현장 점검 등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LH도 이번 혁신 방안과 관련해 현장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이 많은 만큼 자구 노력으로 이달 말까지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 실무진들을 현장에 재배치해 품질이나 안전관리 등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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