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9년간 배당 안한 현대로템, 현금보유고 '역대 최대'②'배당 재원' 미처분 이익잉여금, 양(+) 전환…주가 횡보로 주주환원책도 필요성↑
양도웅 기자공개 2024-01-11 08:17:10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13: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이 9년간 배당을 하지 않은 가운데 보유 현금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재원이 풍부해지면서 과거와 비교해 배당 여력도 크게 확대됐다. 호실적을 기반으로 한 보유 현금 증가인 까닭에 배당 재개 가능성도 점쳐진다.마침 횡보하는 주가도 주주환원책의 필요성을 높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장 배당 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이 반등하고 배당 재원이 풍부해진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2014년 이후 멈춘 배당…판단 기준은 '미처분 이익잉여금'
현대로템이 마지막으로 배당한 때는 2014년이다. 2013년 연간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이었다. 주당 배당금은 125원으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총액 비율)은 8%였다. 당시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이 두 자릿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순손실을 낸 해에도, 반대로 순이익을 낸 해에도 변함없이 무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배당 재원인 '미처분 이익잉여금(미처리 결손금)'이 배당을 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법 제462조에 따르면 기업은 순자산액(자본총계)에서 자본금과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등을 제외한 금액 내에서 배당할 수 있다. 바꿔 말해 자본총계 계정인 이익잉여금을 구성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보고 배당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현대로템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2014년 배당을 한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14년과 2015년, 2017년, 2018년, 2019년에 대규모 순손실을 낸 영향이다. 순이익과 순손실은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포함된 이익잉여금 변동에 영향을 준다. 2014년 말 6268억원이던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2019년 말 적자(-)로 전환한 뒤 2022년 말까지 4년 연속 적자 상태를 유지했다.
현대로템 측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사업보고서에서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배당을 결정한다"며 "향후 결손금 해소 등이 완료되면 정관에 따라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무 다 갚고도 현금 810억 남아…풍부한 유동성
배당 재원인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4년간 적자 상태를 보였으나 적자 폭은 꾸준히 줄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순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순이익 규모도 지속해서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철도제작과 방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황 호조가 계속되면서 현대로템은 지난해에도 1105억원의 당기순이익(3분기 누계)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55%(39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말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799억원으로 양(+) 전환됐다. 약 4년 만에 결손금을 해소하고 배당 가능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물론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풍부해도 이를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바꿔놓았다면 배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현금 보유량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3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720억원이다. 모든 차입금과 사채를 갚고도 810억원이 남을 정도로 달라졌다. 더욱이 K2전차 양산 등 방산을 바탕으로 한 실적 성장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라, 당장 유동성 악화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이 올해 10년 만에 배당을 재개할지 주목된다. 우려하던 미처분 이익잉여금도 양으로 전환했고 현금 보유량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3만원 안팎에서 횡보하는 주가도 주주환원책의 필요성을 높인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도 결산이 마무리돼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간이 과거에 길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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