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구원투수 LH]위기 때마다 등판, 토지개발채권 3.3조 발행①구조조정 기업 부채 상환 지원, '준공 후 미분양주택' 해소 일선
전기룡 기자공개 2024-01-17 07:37:51
[편집자주]
정부는 국가적 경제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적극 활용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목적으로 LH를 통해 토지개발채권을 발행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정상화 업무를 맡겼다. 다만 짊어진 역할이 늘어날수록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더벨은 LH가 수행해온 역할과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가적 경제 위기 속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초래하자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들을 적극 매입했다. 대한주택공사와 함께 LH의 전신인 한국토지공사가 발행한 토지개발채권이 주된 매입 수단으로 활용됐다.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LH는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MF 금융위기 때와 동일하게 토지개발채권 카드를 꺼냈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행됐던 토지개발채권 규모만 3조3000여억원에 달한다. 다만 구원투수로서 수행한 일련의 노력들은 감사원 지적이라는 예기치 못한 결과로 돌아왔다.
◇505개 기업 지원, 2.6조원어치 부동산 매입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시점은 IMF 외환위기 직후다. 당시 기업들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직·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물론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차입금 상환을 위한 현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다.
대표적으로는 현대산업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옥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던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있다. 론스타는 현대산업개발의 잔여공사 수주계약을 합쳐 스타타워 매입을 위해 6632억원을 지불했다. 당시 유입된 현금은 현대산업개발이 단기차입금 등을 상환하는데 사용됐다.
'송도국제도시'와 같이 우량한 개발사업의 사업 주체에 미국 디벨로퍼인 게일인터내셔널이 이름을 올린 이력도 있다. 게일인터내셔널이 송도국제도시의 시행법인 지분 70%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127억달러(약 16조원)다. 현재는 지분을 넘기고 사업자 지위를 반납했다.
스타타워나 송도국제도시와 같이 우량한 부동산이라면 외국계 자본 외에도 원매자를 찾는 게 손쉬웠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분에 해당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내놓아도 급매로 거래가 이뤄졌다. 부담은 일반 기업을 넘어 금융기관에게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이때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게 LH의 전신인 한국토지공사다. 한국토지공사는 3조원 규모의 토지개발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들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채권 발행 시점부터 매입대상을 '기업의 부채상환용 매각 부동산'으로 한정하는 등 목적을 명확히 했다.
한국토지공사는 IMF 외환위기라는 시기적 특성으로 인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동아건설 등이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때 손을 보태줬다. 삼성물산과 같은 대기업집단의 유동성도 지원했다. 결과론적으로 이 시기 한국토지공사가 505개 기업으로부터 매입한 부동산 규모는 2조6000여억원어치다.
◇'기업토지1·2' 지원책에도 감사원 '5년 만기' 지적
LH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IMF 외환위기 때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10년 가까이 차이가 있다 보니 IMF 외환위기에 활용된 토지개발채권을 '기업토지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활용한 토지개발채권은 '기업토지2'로 각각 구분하는 절차가 수반됐다.
목적에도 소폭 차이를 보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들이 상당했던 만큼 '부채 상환'에 초점을 맞춰 토지개발채권을 활용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에는 일시적으로 막힌 자금줄을 뚫어주고자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규모도 마찬가지다. IMF 외환위기에는 2조6000여억원의 토지개발채권이 발행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규모가 7300억원까지 줄었다.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을 비롯해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LH의 토지개발채권을 활용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양시장이 침체됐을 때도 LH가 해결 주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위해 LH가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절차가 이뤄졌다. 사들인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기업구조조정(CR)리츠나 펀드에 담았다. LH가 자산관리회사(AMC) 역할을 맡고 민간 증권사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다만 LH가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항상 우호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 시절 기업의 부채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했던 토지개발채권들이 6000억원이 넘는 손실로 이어져 발목을 잡은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시 감사원은 LH가 예상 매각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토지개발채권의 만기를 모두 5년으로 발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LH의 의지보다는 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토지개발채권의 만기가 5년으로 일괄 설정됐다는 점에 미루어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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