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 컨퍼런스 2024]거대 셀트리온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온 '서정진'[현장줌人]투어 가이드 자처, 과거 회상하며 비전 제시
정새임 기자공개 2024-01-18 09:06:2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0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사업을 하려고 샌프란시스코에 지낼 때 참 어려웠죠. 돈 아끼려고 끼니는 주로 크리스피도넛과 무한리필 커피로 때웠죠. 하도 커피 리필을 많이 하다보니 한번은 직원이 위생상 안좋다며 커피잔을 새걸로 바꿔주더라고요."미국 샌프란시스코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JPM)에서 기자단과 만난 서정진 회장은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함께 둘러보며 회상에 잠겼다. 불과 두 시간 전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인 JPM 메인 발표장에서 "지금 이 발표장에 있는 사람들 중 내가 제일 부자겠죠"라고 유머를 던지던 그였다.
◇23년 전 셀트리온 시작된 샌프란, 장남과 함께 방문
4년 만에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서 회장은 기자단과 만나 예정에 없던 '투어 가이드'를 자처했다. 도심과 금문교, 소살리토 등을 돌며 셀트리온을 세우기 전 힘들었던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그에게 샌프란시스코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서 회장은 샌프란시스코를 '다시는 오기 싫었던 곳'이라고 했다. 23년 전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신사업을 하기 위해 아내에게 받은 종잣돈을 들고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앞선 사업 실패들로 초기 자본금 5000만원을 상당부분 까먹은 터라 그는 모텔을 전전하며 대충 끼니를 떼우고 미국 바이오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만남을 애원했다. 가장 춥고 배고프던 시절이다.
그래서일까. 서 회장은 지난 4년간 JPM 메인발표도 마다하고 한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오지 않았다. JPM 메인발표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할 곳이지만 그는 자리를 고사했다. 잠시 경영에서 물러나있던 때였던 터라 굳이 발표장에 설 이유도 없었다.
올해 JPM은 서 회장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됐다. 사실상 후계자로 꼽히는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와 함께 발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아들들도 내가 언제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는 걸 잘 알아서 기대하는 것도 없다"며 웃었지만 사실 '누가'라기보다는 자신의 아들을 전 세계 무대에 셀트리온 대표 자격으로 세웠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서 회장이 세우고 이끌어온 회사를 이제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한다는 뿌듯함이 깃들어 있다.
서 회장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장남에게 비즈니스 미팅을 맡기고 투어 가이드에 나섰다. 떠올리기 싫을 것 같은 기억도 이제는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고 설명했다.
소살리토로 향하는 브릿지웨이에 잠시 멈춰선 서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엔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며 잔잔한 바다를 바라봤다. 배고픈 시절 그는 한번씩 이곳에 와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저 멀리 언덕 위 부촌 동네를 바라보며 그는 성공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그를 움직이는 건 돈도 타이틀도 아닌 '명분'
23년이 지나 셀트리온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진 지금, 서 회장은 어떤 새로운 꿈을 꾼다. 셀트리온그룹은 100조원 메가펀드를 이야기할 만큼 규모와 위상이 커졌다. 셀트리온은 JPM이 메인발표에 초청하는 유일한 국내 두 기업 중 한 곳이다.

모든 걸 이룬 것처럼 보이는 서 회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다. 은퇴 시기에도 셀트리온 약을 팔러 다녔다던 그는 지금도 직접 의사들을 만나러 다닌다. 당장 오는 3월 론칭 예정인 미국 신약 '짐펜트라(유럽명 램시마SC)'를 팔기 위해 김형기 부회장과 미국 전역을 돈다. 짐펜트라를 쓸 수 있는 의사 7500명을 모두 만날 예정이다.
'왜 직접 영업을 뛰냐'는 질문에 그는 "약장수니까 약을 팔아야죠"라는 현답을 내놨다. 그룹 회장의 타이틀은 그에게 약을 더 잘 팔 수 있는 하나의 타이틀에 불과해 보였다.
그는 "그래도 회사 대표가 만나자고 하면 싫어할 의사는 없겠지 않느냐"며 "내가 직접 발로 뛰면 이후 우리 직원들이 의사들에게 접근하기도 편해지고 이후에도 접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서 회장은 돈이나 타이틀을 쫓지 않는다고 했다. 그를 움직이는 건 '명분'이다. 충분히 해야 할 명분이 있다면 그것이 현장의 영업이든 글로벌 투자자리든 자리나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서 회장은 "내가 개인적으로 100억, 1000억을 더 버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을 좋게 해주는 일인지 명분이 나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지금 그를 움직이는 명분은 뭘까. 아무 기반도 없던 시절 무슨 바이오 사업을 하냐며 비웃음 당했던 서 회장은 23년 후 같은 장소에서 통합 셀트리온의 글로벌 톱10 빅파마 꿈을 내걸었다. 나아가 셀트리온홀딩스 상장과 100조원 메가펀드를 언급했다. 이 일들을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몸을 아끼지않고 던지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서 회장은 "내 몸을 건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간이 7년쯤 되는 것 같다"며 "그 7년간 몸을 불살라 암젠을 따라잡고 글로벌 톱 빅파마로 올라서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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