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미술계에서 꽤 유명한 컬렉터로 꼽힌다. 후줄근한 차림으로 아트바젤 같은 메이저 아트페어에 종종 등장하는 편이다. 지금껏 모은 소장품은 젊은 작가인 오스카 무리요부터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처럼 거장들의 작품까지 고루 있다.십수년 전엔 그가 피카소 박물관(Musée Picasso)을 방문하자 피카소의 증손자가 직접 동행해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있었던 디캐프리오의 할머니는 감상이 별로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당시 이름 모를 증손자와 디캐프리오의 조모 사이에 오갔던 대화가 이렇다.
“작품이 어땠나요, 부인?”
“이 그림이 고양이나 개라고 하든, 뱀이라고 하든 난 ‘그렇군요’라고 말할거예요. 왜냐면 대체 뭘 그렸는지 모르겠거든요. 도무지요.”
디캐프리오로선 이마를 짚은 일화였지만 미술품의 가치를 이해하거나 짐작하는 것은 원래 알쏭달쏭한 일이다. 얼마 전 경매에 갔다가 수억원 한다는 거장의 그림을 유심히 봤는데 영 아름다움을 깨닫기 어려웠다.
전문가라고 꼭 다르진 않은 게, 한 미술계 관계자는 “솔직히 게르니카보다 뛰어난 그림은 널렸다”고 말했다.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최고 걸작이자 미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라고 대체로 평가된다. 이러니 문외한이나 전문가나 보는 눈은 주관적이다.
지난 달 금융위가 조각투자 상품을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고가 미술품의 소유권을 쪼개서 산 뒤 다시 팔아 차익을 나누는 조각투자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투자의 핵심은 가치산정인데 미술품의 값이란 참 뿌리가 허약하다. 내재된 가치가 없을뿐더러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도 제작연도와 구입처, 보존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내부 ‘고인 물’끼리 사고 파는 사례가 많아서 더 가격 예측이 어렵다.
조각투자의 대상이 된 것 자체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수집가들의 거래는 자주 중개인을 끼고 프라이빗하게 이뤄지며 작품이 경매에 등장한 것조차 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조각투자로 팔렸다면 이미 몸값에 안좋은 소식이란 이야기다. 또 거래 수수료가 높다 보니 가격이 훨씬 올라야 본전을 건진다. 매각을 못하면 장기간 물릴 수 있어서 환금성 역시 낮다.
이런 허들을 뚫고 수익을 낼 만큼 좋은 매물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유명작가의 비인기작, 경매를 오래 돌았던 작품이 조각투자용으로 떨어진다. 물론 가격이 오를 작품을 선별할 안목이 있다면 미술품 투자는 할 만한 선택이다. 하지만 미술시장 연구업체 아트택틱에 따르면 조각투자는 주로 젊은층과 신규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시장에 수십년 종사한 전문가를 최근 만났다. 조각투자를 해볼까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작품의 값을 직감하는 안목은 미술에 대한 평생의 경험과 열정, 지식에서 옵니다. 기자님은 그런 눈이 있는지요?" 없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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