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지금]순항하는 삼천리, 순현금 4000억대 회복매입채무 감소 타격 일시적, 영업현금 플러스 전환…김태석 CFO, 순상환 기조 유지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18 08:20:05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천리는 사업구조가 손꼽히게 안정적인 기업이다. 수도권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데, 권역 내에선 독점적 사업기반이 보장된다. 또 가정용과 산업용 가스로 분산돼 수요가 출렁일 일도 별달리 없다.현금흐름이 꾸준한 만큼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태석 전무 역시 재무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의 무차입 기조를 10년째 유지 중이다. 2년 전엔 매입채무가 줄면서 일시적으로 현금부족이 발생, 순현금 규모가 급격히 줄기도 했으나 지난해 다시 회복했다.
14일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삼천리는 지난해 말 리스부채를 제외한 총차입금이 별도 기준 426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말 4304억원이었는데 36억원 감소했다. 감소폭이 크진 않지만 삼천리가 4년째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CFO가 매년 조달하는 돈보다 갚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삼천리가 차입 규모를 늘린 것은 2020년이 마지막이다. 그 해 2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차입 등을 갚고 874억원을 순조달했다. 하지만 2021년부턴 매년 차입금을 축소해가고 있다. 2020년 5113억원이었던 별도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작년 9월 말 기준 4764억원으로 줄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변화폭이 더 컸다. 2020년 마이너스(-)1453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415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현금성자산이 약 8900억원으로 2300억원 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순현금만 4000억원을 넘는다.

삼천리는 2022년에도 순현금 4440억원을 기록했었지만 2023년 2000억원대로 급감했다. 당시 매출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5% 떨어졌고, 한국가스공사(KOGAS)에 대한 선납이 이뤄지면서 매입채무가 확 줄었던 탓이다.
실제로 2023년 삼천리의 매입채무 변동 폭을 보면 4068억원이 감소하면서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매출채권도 2000억원가량 줄긴 했으나 매입채무 축소를 모두 만회하긴 역부족이었다. 그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92억원으로 순유출을 나타낸 원인이다. 삼천리인베스트먼트에 3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추가적 지출이 생기기도 했다.
또 삼천리는 매년 1000억원 안팎을 배관망 확충이나 유지보수 등을 위한 설비투자(CAPEX)에 쓰고 있다. 영업현금 적자를 본 2023년 역시 950억원 정도가 CAPEX로 나갔다. 그 탓에 잉여현금흐름(배당액 감산 기준)이 마이너스 1248억원을 기록, 현금 부족을 피하지 못했다. 모자란 현금은 보유현금으로 채웠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현금흐름이 다시 정상화됐다. 매입채무가 줄긴 했는데 매출채권이 더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운전자본 부담이 경감됐다. 영업현금과 잉여현금도 다시 흑자로 전환하면서 순현금 규모를 다시 4000억원대로 되돌릴 수 있었다.

삼천리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이유는 도시가스의 가격 결정구조 덕분이다. 도시가스는 공공재적 특성이 있다 보니 한국가스공사가 도시가스 사업자(삼천리)에게 판매하는 도매요금, 도시가스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요금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단위당 소매요금은 도매요금에 연동된다. 가스사업자의 공급비용을 가산해 소매요금이 결정되므로 원료비가 오르내려도 소매요금 조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그래서 삼천리가 얻을 수 있는 마진도 한계가 있지만 그만큼 공급비용과 일정한 투자보수를 안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
쌓아둔 현금이 많아 조달 필요성도 잦지 않은 편이다. 삼천리 CFO들이 대대로 외부차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이유로 짐작된다.
최근 재무라인 동향을 보면 2023년 6년 넘게 재무를 총괄했던 박무철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김태석 전무가 새 CFO에 올랐다. 수년 만의 교체였지만 이후로도 재무전략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전임과 마찬가지로 차입금을 축소하고 보유현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김 전무는 삼천리 기획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9년 삼천리 자회사인 삼천리모터스로 이동해 사업총괄과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2022년 1월 삼천리로 돌아와 전략본부장, 전략본부 전략2담당을 거쳤으며 2022년 말 경영지원본부에서 경영관리담당을 담당했다.
CFO에 오른 것은 '경영지원본부장 직무대행' 겸 경영관리담당을 맡게 된 2023년 3월이다. 같은 해 말부턴 직무대행을 떼고 경영지원본부장 겸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오비맥주 카스,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예고
- “해외 브랜드 추가 인수 막바지, 사계절 포트폴리오 강화”
- [i-point]씨유메디칼, 작년 영업익 78억 달성
- [코스닥 상장사 매물 분석]매각 난항 겪는 다보링크, 관리종목 지정 우려
- [유동성 풍향계]제일기획, 현금창출 확대에 보유현금 '역대 최고'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농협 입김' 남해화학 이사회, '독립성·다양성' 과제
- [i-point]큐브엔터, (여자)아이들 우기 디지털 싱글 공개
- [오너십 시프트]새출발 앞둔 미코바이오메드, 재무 건전성 확보 분주
- [코스닥 어닝 서프라이즈]'주주환원' 나선 스튜디오삼익, 주가 관리는 '과제'
- [코스닥 어닝 서프라이즈]'상장 2년차' 스튜디오삼익, 매출 1000억 첫 달성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FO는 지금]순항하는 삼천리, 순현금 4000억대 회복
- [상장사 배당 10년]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서 '5200억' 받았다
- [CFO는 지금]'임시 자본잠식' 효성화학…관건은 현금흐름 회복
- [상장사 배당 10년]'GBC 부지'가 바꾼 현대차 배당정책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한온시스템, 수천억 이자부담 지속…빛바랜 유증 효과
- [상장사 배당 10년]삼성전자, 연배당액 10년간 3배로…정책 변화 배경은
- [상장사 배당 10년]10년간 255조 풀었다…삼성전자가 '35%' 지탱
- [CFO는 지금]현금흐름 안정된 LX하우시스, 박장수 전무 '미션 순항'
- [CFOs View]'AI주권'과 네카오
- [재무전략 분석]SKTI 품은 SK온, '5만5000원의 늪' 탈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