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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문화사업 A to Z]CJ그룹 문화 계열사 주가 하락 계속, 2024년 반등할까⑥코로나19 타격, 재무건전성 악화로 주가 내리막길…올해 업황 개선 '기대'

이지혜 기자공개 2024-02-01 07:46:09

[편집자주]

예술가 개인은 가난했을지라도 예술을 키운 건 자본이었다. 유럽의 메디치 가문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 시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의 자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등 미술사에 남는 거장을 키워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식품, 건설, 전자 등 영위한 사업은 저마다 달랐어도 이들이 축적한 자본 덕분에 개인의 창의성이 작품으로, 예술로, 문화로, 산업으로 꽃 피울 수 있었다. 한국의 문화산업을 이끈 기업은 어디일까. 이들은 왜 문화에 관심을 뒀을까. 더벨이 한국 문화산업을 키워낸 기업들을 톺아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에서 계열사가 가장 많이 상장한 사업부문은 어디일까. 바로 식품과 문화사업부문이다. CJ그룹 상장 계열사 9곳 가운데 식품과 문화사업부문 상장사는 각각 3곳에 이른다. CJ그룹 전체 매출에서 문화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이는 주식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주식시장은 재무지표도 중시하지만 무엇보다 성장성을 눈여겨본다. 당장 실적이 나빠도 성장성이 좋다면 투자자는 지갑을 연다. 대중문화 왕국을 구축한 CJ그룹을 향한 믿음, 30년 가까이 문화사업을 영위한 노하우에 대한 신뢰, K콘텐츠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CJ그룹 계열사 상장을 이끌어냈다.

물론 지금 CJ그룹의 문화사업 계열사 주가가 높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 타격과 재무건전성 악화 이슈로 주가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 흐름 가운데서도 주가가 상승하는 구간이 있었다. 이는 업황 악화에도 CJ그룹이 문화사업에서 저력을 발휘했다는 증거다. CJ그룹 문화사업 계열사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중심으로 이들의 문화사업 흐름을 살펴봤다.


◇2018년 ENM·스튜디오드래곤의 ‘황금기’ 끝나고 닥친 2019년의 부진

2018년 7월 1일 CJ ENM이 출범했다. 2016년 드라마사업과 음악사업부문을 떼어낸 뒤 나머지 엔터테인먼트와 음악사업 등을 CJ오쇼핑에 합치면서다.

그해 7월 중순까지 CJ ENM 주가는 가파르게 뛰었다. 2018년 7월 13일 CJ ENM 주가는 28만 64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출범 직후 최고 수준이다. 안정적 영업창출력을 갖춘 홈쇼핑사업과 성장성 좋은 엔터테인먼트사업이 결합하면서 재무건전성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제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CJ ENM과 합병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시들할 즈음인 2019년 초 CJ ENM 주가는 다시 한 번 반등한다. 2018년 CJ ENM이 양호한 실적을 낸 데다 콘텐츠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서다.

CJ ENM의 방송채널인 tvN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이 2018년 크게 흥행하면서 그해 말과 이듬해 초 큰 상을 잇달아 받았다. <미스터 선샤인>은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에서 올해의 드라마상,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드라마상을 받았고 <나의 아저씨>, <비밀의 숲> 등 드라마도 선전했다.

이는 콘텐츠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게도 호재로 작용했다. CJ그룹이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CJ ENM의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공급하는 만큼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함꼐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2018년 초 6만원대를 기록했지만 그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10만원대를 훌쩍 넘었다.

그러나 이런 호조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9년은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였다. 증시 부진과 맞물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은 데다 CJ ENM은 2019년 1분기 실적까지 부진했다. 이에 따라 CJ ENM 주가는 출범 이래 신저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스튜디오드래곤도 마찬가지다. <아스달 연대기>의 부진에 이어 2019년 4분기에 내놓은 드라마도 부진한 성과를 낸 탓에 실적이 줄었다. 이에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10만원선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코로나19 효과, 역호재? 2021년까지 주가 올랐다

주가가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CJ ENM이지만 2020년 초 희소식이 날아든다. CJ ENM이 투자와 배급을 맡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영화 신기록뿐 아니라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CJ ENM 주가는 2019년 말 14만원, 심지어 2020년 1월 13만원대까지 내렸었지만 2020년 2월 16일 16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렇게 CJ ENM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듯 했지만 이내 상황이 반전되고 만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탓이다. 코로나19로 소비와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CJ ENM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뤘다. 2020년 3월 CJ ENM 주가가 급락한 배경이다.

코로나19가 CJ ENM에 악재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CJ ENM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CJ ENM이 OTT플랫폼인 티빙(TVing)을 갖추고 있는 만큼 TV방송 등 콘텐츠, 플랫폼이 조화를 이뤄 실적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기대받았다.

CJ ENM은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둘다 증가했다.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근접했다.

2021년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콘텐츠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현 피프스시즌스)도 기대받았다. CJ ENM이 글로벌 콘텐츠기업으로 발돋움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가 오른 것은 스튜디오드래곤도 마찬가지다. 극장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집으로 향하는 데 이어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를 향한 선호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콘텐츠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 등에 공급하는 드라마가 늘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라이브러리 판매 수는 2019년 149개에서 2020년 174개, 2021년 200여개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해외 판매 비중이 늘었을 뿐 아니라 판매단가까지 상승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2021년까지 점진적 상승세를 그린 배경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주가 부진, 스튜디오드래곤은 최저치 경신

문제는 2022년부터다. CJ ENM 주가는 2년 연속으로 내리 부진했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이 발목을 잡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CJ ENM은 2022년 영업이익 1374억원을 냈는데 2021년과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여기에 더해 당기순손실까지 봤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2022년 실적을 놓고 “콘텐츠사업부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제작과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며 외형이 성장하고 있지만 해외 제작사가 부진한 데다 자체 플랫폼인 티빙의 손실까지 누적되면서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사업 둘다 수익성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조는 2023년에도 이어졌다. CJ ENM은 2023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 733억원을 낸 데 이어 당기순손실 2644억원을 보기에 이르렀다.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던 건 스튜디오드래곤도 마찬가지다. 다만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꺾이기 시작한 건 2023년 들어서다. 2022년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결과로 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979억원, 영업이익 652억원을 냈는데 2021년 대비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24% 증가했다. 덕분에 CJ ENM과 주가 흐름이 다소 엇갈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방하고 있던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2023년 들어 꺾이고 만다. 2023년 3분기까지 실적은 양호했지만 4분기에 어닝쇼크를 냈을 것으로 추산됐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와 관련해 상각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매출까지 부진했다. 더욱이 TV 방영 편수까지 줄어들고 말았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가 제시한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주가도 한때 10만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6만9846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2021년 10만원이 넘었던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26일 기준 4만7400원으로 떨어졌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상장 이래 최저치에 근접했다.

◇코로나19에 재무건전성까지 '흔들', CJ CGV 주가 '내리막길'

시종일관 내리막길을 걸은 계열사도 있다. CJ CGV다. CJ CGV 주가는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5만원을 넘었지만 2020년 3월 들어 1만원대를 밑돌았다. 2021년 들어 2만원대로 반등했지만 이내 다시 떨어졌다. 2024년 1월 26일 기준 CJ CGV주가는 5550원인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다시 나타나면서 극장 등 영화관산업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반짝 올랐지만 정작 실적 개선 시점이 지연된 탓으로 분석된다.

CJ CGV의 주가 흐름의 키워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재무건전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으로 향하던 관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CJ CGV는 2020년 영업손실 3887억원을 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CJ CGV는 영업손실을 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CJ CGV가 본 영업손실 규모는 모두 7069억원에 이른다.

비단 영업손실만 문제가 된 게 아니다. CJ CGV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냈을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CJ CGV의 합산 당기순손실은 1조8145억원에 이른다.

이에 CJ CGV는 ‘울며 겨자먹기’로 2023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재무건전성은 다소 개선됐지만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주식 가치 희석을 초래하기에 주가가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올해는 CJ CGV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온다. 영화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극장 등 영화관 수요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CJ CGV는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적자지만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CJ CGV가 세 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며 “3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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