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헬스케어 사업 분석]플랫폼 성공 핵심은 '자발적 참여', 연결고리는 'FUN'③이용자 관점에서 앱 활용성 극대화 관건, 건강관리 의무 아닌 재미에 방점
정새임 기자공개 2024-02-01 08:38:54
[편집자주]
네이버와 카카오, 롯데, 대기업이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적으로 개화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작년 출시한 롯데헬스케어의 '캐즐(CAZZLE)' 이후 카카오헬스가 2월 '파스타(PASTA)'를 론칭하며 경쟁에 가세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계한 만성질환자를 타깃하는 전략이 새롭다. 카카오헬스케어의 사업모델과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플랫폼에 이용자를 정착시키는 방법은 '이용자 마음'으로 시작해 습관을 바꾼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카카오뱅크는 적금이 쉽지 않은 젊은층을 위해 자투리 금액을 모아 짧은 기간 적금 습관을 들이고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던 '계모임'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홀로 택시를 타는 가족을 걱정하지 않도록 안심 메시지를 공유하고 앱 이용에 친숙하지 않은 부모를 위해 '대신 불러주기' 서비스도 장착했다.이 같은 카카오의 방정식은 카카오헬스케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혈당관리를 '의무'로 만들지 않고 '재미'로 느끼도록 했다. 나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가 함께 연대하며 놀이처럼 즐기고 자연스럽게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는 철학이다.
◇CGM으로 불러들인 이용자, 기술로 '필요성' 각인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사진)가 구상했던 미래는 명확했다. 의료지식으로 둘러쌓인 1평 남짓의 진료실에서 벗어나 일상에 의료정보를 스며들게 하는 것.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격차를 줄여 일상생활에서의 의료 혁신을 이뤄내는 그림이다.
일상에서 혈당관리가 시급한 당뇨병 환자를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매개로 카카오헬스케어 앱 '파스타(PASTA)'로 끌어들였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환자들이 앱을 자주 이용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기존의 일상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환자들이 플랫폼에 자주 그리고 오래 머무를 동기를 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파스타는 혈당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모두 플랫폼으로 끌어모은 후 사용자에게 맞춤형 가이드를 제시하는 콘셉트다. 내가 이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최근 불규칙해진 수면습관이 어떻게 혈당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줘 습관의 변화를 이끈다.
맞춤형 가이드라는 신뢰를 얻으려면 운동·수면·식사·체지방 등 매일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파스타 플랫폼으로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각종 웨어러블 기기와 체중계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식사 등 이용자의 기록으로 채워나가는 작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식단관리다. 그동안 수많은 식단관리 앱의 지속성이 떨어진 이유는 '번거로움'이 컸다. 사진을 찍어 올려도 메뉴를 잘 인식할 수 없고 결국은 사용자가 일일이 메뉴를 기록해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했다.
파스타는 식단 연계에서 이같은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사진을 찍기만 하면 추가적인 작업 없이도 음식과 영양소를 분석하도록 이용자 관점에서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협업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비전AI가 활용됐다. 이 비전AI는 미국 국립 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주최한 얼굴인식 기술 대회에서 1대 1 검증 키오스크 부문 1위를 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주 단위로 AI를 학습하고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공산품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유통상품표준DB 계약을 맺고 데이터와 바코드 정보를 제공받아 해결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산 음식 제품의 바코드 인식만으로 칼로리와 영양정보가 연동된다. 현재 약 3만개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1회 제공량 등 통일되지 않은 정보를 매일 가공해 주 단위로 업데이트 한다.
◇습관의 변화에 부여된 커뮤니티 활용…가족과 친구가 함께 관리
파스타는 그동안 이용자가 별 생각없이 먹었던 음식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수면습관이 내 몸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도 수십년간 쌓아온 식습관과 운동 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그 강제성을 '커뮤니티'에서 찾았다.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
파스타 커뮤니티 탭에서는 나와 연결된 가족이나 친구와 혈당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연결된 사용자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현재 혈당은 어느정도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식습관과 운동을 잘 지켜내 혈당관리가 잘됐다면 응원을 보낼 수 있고 혹여 식단 기록을 빼먹었다면 독촉을 할 수도 있다.
부모가 당뇨로 고생한다면 CGM과 함께 가족 모두가 파스타 플랫폼을 활용해 부모의 혈당관리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파스타가 우리 가족의 건강관리를 위한 일종의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이는 카카오가 다양한 영역의 플랫폼에서 유저들을 끌어모았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
1형 당뇨병을 앓는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도 안심이 된다.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 혈당관리가 잘 되는지 알 수 없었던 부모들이 파스타 플랫폼 안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져있어도 실시간으로 혈당 체크를 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오랜 시간 진료 현장에서 부모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한 황 대표의 경험이 녹아있다.
황 대표는 "1형 당뇨병 환아 부모들에게 파스타 서비스를 이야기하면 무조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아이가 센서를 차면 공유가 되느냐'는 물음이다"라며 "환자를 걱정하는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 서비스를 찾고 있고 자연스럽게 함께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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