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대형 스팩…투자자 선호도 '급감' 공모주 열풍·낮은 합병 성공률 탓…1만원 대형 스팩은 '부담'
권순철 기자공개 2024-02-16 07:39:2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공모가가 1만원이 넘는 대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수요예측 시험대에 오르는 스팩은 모두 2000원대로 중소형 규모의 스팩이 주를 이뤘다. IB들은 앞으로도 공모가가 2000원대인 중소형 스팩들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공모주 열풍이 연초부터 이어지면서 스팩 상장은 물론 대형 스팩이 등장할 유인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대형 스팩을 상장시키는 작업도 난해하여 합병 성공률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스팩 발기인은 물론 투자자들 역시 대형 스팩에 대한 심적 저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팩 시장, 2023년 이어 올해도 '중소형' 주도 예상
31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 37곳의 스팩이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2022년(45곳)보다 감소했지만 최근 5년(2019~2023년)간 연평균 스팩 신규상장 건수(31건)보다 많다.
공모가가 2000원대인 중소형 규모의 스팩이 신규 상장 러시를 주도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37곳의 스팩 중 95%(35곳)가 공모가로 2000원을 제시했다. 공모 규모가 100억원이 안되는 스팩도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한편 공모가가 1만원인 대형 스팩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 중 공모가를 1만원으로 확정한 곳은 총 2개다. 공모액을 400억원으로 확정지은 삼성스팩8호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액이 700억원에 달하는 미래에셋비전1호를 증시에 입성시켰다.
최근 상장 준비에 착수한 스팩들도 대부분 공모가가 2000원대인 중소형이다. 31일 기준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스팩은 총 8곳이다.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110억원)을 제외하고는 공모 규모가 100억원을 하회하는 중소형 스팩들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스팩 시장도 대형 스팩보다는 중소형 규모의 스팩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대형 스팩 상장 업무에 증권사는 약 10억원대의 수수료 수익을 가져가지만 추진 과정이 쉽지 않다. 심지어 공모주 시장이 과열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대형 스팩을 택할 유인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어려울 때 스팩 상장의 이점이 부각되는 편인데 올해는 공모주 시장이 활황을 띄고 있다"며 "스팩 상장의 메리트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대형 스팩에 대한 관심도 역시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모주 열풍·낮은 합병 성공률..."심리적 저항 굳혀져"
대형 스팩의 상장을 추진하는 업무는 IB들에게도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장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합병 성공률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21년 공모 규모만 960억원으로 초대형 스팩의 시작을 알린 NH스팩19호도 지난 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 것이 유력해졌다.
성과가 미약하다 보니 공모가 '1만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저항도 거세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KB증권도 2022년부터 공모 금액이 400억원에 이르는 KB제24호스팩을 상장하려는 시도 끝에 수요예측에서 고배를 마시며 상장을 철회했다.
중소형 스팩의 상장을 추진 중인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공모가 2000원으로 굳혀진 듯 하다"며 "대형 스팩의 상장을 진행해도 공모가를 하회하니 기관들이 계속 진입할지가 의문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초대형 스팩의 합병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스팩과 합병 후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후발주자 역시 부담감을 덜 수 있어서다. 현재 대형 스팩 중 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건 NH스팩20호와 하나스팩25호다.
크리에이츠와 합병을 추진 중인 NH스팩 20호는 오는 2월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 피아이이와 합병을 하는 하나스팩25호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합병 예비심사를 통과해 2월 1일 증권신고서를 내고 절차를 본격화한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스팩에 대한 투심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며 "합병 후 안정적인 주가 흐름과 시가총액이 유지될 경우 다시금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권순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ompany & IB]SK브로드밴드·한국증권, 장기물 흥행 '의기투합'
- 한화생명,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HUG 금리 여파 '촉각'
- [2024 이사회 평가]'지배구조 투명화' 케이카, 재무건전성 '옥의 티'
- [2024 이사회 평가]HPSP 이사회 활동성 '미약'…'빛바랜' 압도적 경영성과
- [2024 이사회 평가]'참여도 두각' KG스틸, 이사회 구성 다양화 '숙제'
- [IB 풍향계]HUG 신종자본증권 '사활' NH증권, 막판까지 '금리 고심'
- [IPO 모니터]'구주매출 50%' MNC솔루션, 투심 보완책 '공격적 할인율'
- [thebell note]거래소 '심사 트라우마'의 진실
- '건전성 사수' 전북은행, 8년만에 꺼낸 자본성증권
- [Market Watch]IPO 빅딜, 하나둘씩 반납하는 '조단위' 명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