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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공모채 출격, '에코프로비엠' 조달 행보 주시 지난해 미 금리 급등, 회사채 계획 돌연 취소…재개 가능성 주목

손현지 기자공개 2024-02-07 09:58:4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2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주요 증권사 RM(Relationship Management)들이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의 조달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모회사인 에코프로가 연초효과를 노리고 공모채 조달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에코프로비엠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 공모채 발행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예상치 못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던 것이다. 야심차게 조달에 나섰지만 씁쓸하게도 수요예측 직전 발행을 취소해야 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외부차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 새로운 조달처로서 회사채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빗겨간 폭풍후…'연초효과' 노릴까

IB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작년 7월 이후 두번째 공모채 시장 복귀전이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과 주관계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프라이싱 금액은 1200억원, 만기구조와 발행시기는 협의 중인 상태다.

RM들의 시선은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조달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작년 10월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조달계획을 세웠다가 무산된 전력이 있는 이슈어이기 때문이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은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과 주관계약을 맺고 킥오프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금리 불안정성에 수요예측 직전 발행을 취소했다.

에코프로비엠이 작년 10월께 발행을 계획했던 건 연초 수급쏠림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반기 금리 인상기조가 지속되자 기업들마다 이듬해(2024년) 상반기로 조달계획을 미루기 바빴다. 하지만 연초효과가 대단하다 한들 기관들의 자금도 한계가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경쟁이 치열할 연초 대신, 오히려 발행이 한산한 하반기 회사채 시장을 공략키로 했던 것이다.

마침 신용등급 상향 호재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 BBB+(긍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2차전지 산업에 대한 미래 성장성이 크게 작용했다. 전기자동차(EV)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매출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4일 4.801%를 넘어서며 10월 19일 4.9%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최고수준이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지표다. 국내 국채 금리도 급등하며 연고점에 달했다.

결국 에코프로비엠은 회사채 발행 계획을 포기했다. 아무리 2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인 상황일지라도, A급 신용등급으로선 무리라고 판단했다. 향후 자본적지출(Capex) 지속 확대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을 찾아야 할텐데, 공모채 시장에서 미매각 꼬리표를 다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은 상대적으로 채권시장 네트워크가 약한 이슈어"라며 "발행 횟수도 적고 신용도도 낮은 편이라 미매각은 치명적이다, 2차전지 섹터임에도 흥행을 장담하긴 애매한 측면이 있는 만큼 발행에 신중한 기조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한 회사채 시장 네트워크, 정면돌파 시급

물론 에코프로비엠 입장에서도 무리한 도전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은행 대출로 차입금을 마련해도 무방했다. 지난 2021년 7월 에코프로비엠이 발행한 회사채(BBB+)금리는 8.73%, 은행 금리는 2.2~6.7%였다. 은행 대출이 조달비용 측면에서 유리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21년 7월 공모채 시장에 첫 데뷔했다. 2019년 상장이후 줄곧 은행 차입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오던 것과 달리 시장성 자본을 활용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발행 기조가 주춤한 상태다.

에코프로비엠은 차입전략에서 은행 대출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하지만 전방위적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감당하려면 은행 대출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차입 채널을 다각화할 필요가 크다.

에코프로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국내 23만톤, 북미 18만톤, 유럽 14만톤 등 총 55만톤까지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CAPEX가 예정돼 있다. 공장 증설에만 4조원을 투입하고 전구체에 2조7000억원, 수산화리튬, 재활용에 1조원 등 총 7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설비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에도 이차전지 소재 시장 승기를 잡기위한 투자금 마련은 숙제다. 더욱이 1년 내 만기 차입 비중과 변동금리 차입 비중이 70% 수준으로 높다. 만기와 수단 등을 다각화해, 언제든 발생하는 시장 변동 상황에서 유리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크레딧 업계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은 신용등급이 높은 건 아니지만 상향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아웃룩이 '긍정적'으로 유지고 있는 만큼 'A'로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소재회사인 에코프로가 지난 2016년 양극재 사업만 떼어내 물적분할 형식으로 설립한 회사다. 리튬이온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High Nickel)계 양극 소재를 생산한다. 양극재 생산능력 기준으론 세계 2위다. 에코프로그룹은 지주사인 에코프로와 6개의 주요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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