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직상장 어렵다"…대형 증권사 스팩합병 사활IPO 시장 경색에 눈길…고밸류 논란은 지속
손현지 기자공개 2024-11-20 07:29:04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IPO 시장이 경색되면서 증권사들마다 직상장보다는 스팩(SPAC) 합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뿐 아니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도 나선 상황이다. 스팩 상장이 직상장과 비교해 불황에 강하다는 점 때문에 대형사들도 다양한 상장 루트 중 하나로 고려하는 분위기다.다만 스팩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하다. 올들어 스팩합병 심사를 철회한 기업만 9곳에 달한다. 거래소의 심사 허들이 높아지면서 스팩합병에 대한 잣대도 세밀해진 탓이다. 게다가 현재 증시에 상장된 스팩만 100개가 넘는 만큼 합병 대기 기업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NH·한국·미래·삼성 스팩합병 '러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한달간 스팩합병 예비심사 청구서를 낸 기업들은 5곳에 달한다. 티씨머티리얼즈 주식회사, 케이지에이, 바이오프토코리아, 비젼사이언스, 뉴키즈온 등 다양한 기업들이 한국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스팩합병은 증권사에서 미리 상장시킨 껍데기 회사와 기업을 합병해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대형 하우스들의 스팩 합병 도전이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삼성기업인수목적9호와 케이지에이의 합병을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9월 미래에셋비전기업인수목적1호 주식회사와 블랙야크 아이앤씨와의 합병 승인을 받고 막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 스팩4~7호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합병할 기업을 찾고 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모두 스팩 합병을 시도하는 것은 약 3년 만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9월 스팩 합병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한국제14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와 에이아이코리아와의 합병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 5월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23호 주식회사와 메인라인과의 합병에 도전하다가 3개월 뒤인 8월경 심사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렇게 대형사들도 적극적으로 스팩 시장에 뛰어드는 건 최근 IPO 시장이 경색된 것과 연관이 깊다. 다수의 기업들이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분위기다. 10~11월 신규 상장한 기업들 중 더본코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가 첫날부터 급락하고 있다. 공모주들이 대거 몰리다 보니 자금이 분산돼 매수세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직상장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도 연관이 있다. 거래소의 심사 허들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불황에 강한 스팩 상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스팩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요예측 과정이 따로 없다. 직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 심사 승인까지 걸리는 기간도 직상장 보다 짧은 편이다.
한 대형 증권사 IPO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스팩 트랙 레코드를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팩 고밸류 논란 지속…올해 철회 건수만 9건
다만 스팩합병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스팩만 100개가 넘는 만큼 대기 스팩 수도 상당하다. 하지만 올들어 거래소의 문턱을 넘기 전부터 심사를 철회한 기업만 9곳에 달한다. KB제25호스팩과 합병 예정이던 센서텍은 지난 12일 자진 심사를 철회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KB제21호스팩과 합병 예정이던 미라셀이 예비심사 청구서를 거둬들였다. 미라셀은 줄기세포 원심분리기와 분리키트 등을 병의원에 공급하는 회사다. 지난달에도 유안타제12호스팩과 합병해 우회 상장을 노리던 식품·조미료 업체 시아스가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심사철회 건수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고밸류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면서 합병 과정에서 스팩 주주들이 합병법인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스팩 합병을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고, 주주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스팩 상장에 성공한 새내기주들의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9월 상장한 차이커뮤니케이션은 60% 넘게 주가가 하락했으며 이후 상장한 아이비젼웍스도 주가가 절반 이상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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