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재무체력 강화…수은이 얻은 두 가지 자본금 한도 10조 상향…자본확충 통한 수출·정책금융 수요 대응 여력 확대
이재용 기자공개 2024-03-05 14:09:58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0조원 늘리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 개정으로 수은이 얻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신용공여 규모 확대로 방산, 원전, 인프라 등 초대형화된 수주산업과 수요가 증가하는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용이해졌다.정부 출자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 근본적인 재무체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해외 기업진출 지원, 유동성 공급 확대 등 정책금융 수요에 대응하면서 훼손될 우려가 있는 수출입은행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버퍼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방산, 원전, 인프라 등 대형 수주산업에 대한 공급여력 증가
지난달 29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현행 15조원인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25조원으로 10조원 상향하는 내용이다. 수은의 수출금융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수출금융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은의 역할도 커지는 추세다. 특히 국제 수주산업에서 수은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방산, 원전산업 등 초대형 계약의 경우 정부 간 계약 성격이 짙어 통상 ECA(수출신용기관)인 수은 등에서 수입국에 대출을 내주는 게 국제관례다. 대규모·장기간으로 수행되는 특성상 민간금융의 참여는 어렵다.
수주산업에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수은의 수출금융 공급은 제약을 받는 상태다. 자본금 한도에 막혀 최근 대형 수주산업 수요에 대응할 정도의 신용공여 여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은법상 특정 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40%로 초대형 단일 계약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은의 현행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원을 포함해 18조4000억원가량이다. 동일 차주에게 빌려 줄 수 있는 최대한도는 7조3600억원 수준으로 수십조원의 수주 규모를 고려하면 부족하다. 일례로 폴란드와 맺은 방산 수출 계약의 경우 1차 계약에서 이미 지원할 수 있는 한도 대부분을 소진해 2차 계약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은법 개정에 따라 정부 출자 등으로 자본금을 확충해 자기자본을 28조4000억원 정도로 늘리면 한 차주에게 11조3600억원까지 대출이 된다. 방산산업뿐 아니라 사우디 네옴시티 개발사업과 제2의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미래성장산업 등 대규모 인프라·에너지 사업에서의 정책금융 수요도 대응이 가능해진다.
◇자본적정성 관리도 한층 수월…필요시 정부 출자 통해 자본 확충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은 수은 내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수은이 자본적정성 훼손 우려를 단기간에 지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정부 출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다. 하지만 수은의 현재 법정자본금 한도 소진율은 99%에 육박해 정부 출자로 더 이상의 자본 여력을 확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정책금융 수요는 꾸준히 늘어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특성상 보통 여신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증가한다. 실제로 수은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39조5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이 늘었다. 반기에만 9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수은의 경우 외화 여신 비중이 높아 고환율 등 환율 변동성이 높은 시기 이중고를 겪는다. 환율이 오르면 위험가중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이 커지고 수은의 BIS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익스포저가 확대되는 수은의 외화자산은 88조3687억원으로 전체 위험가중자산의 65%에 달했다.
한때 유동성 공급과 환율 변동성 확대 등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면서 BIS비율이 13.4%까지 저하돼 13%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 2조원 규모의 정부출자를 통해 BIS비율을 1.7%포인트 끌어올려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수은의 BIS비율은 15.07%다.
수은의 자본적정성은 향후 정책적 역할 수행에 따른 여신 및 보증규모 증가로 수시 저하될 수 있다. 그러나 법정자본금 상향으로 필요할 경우 정부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된 만큼 자본적정성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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