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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HUG]위축된 부동산 시장, 보증·변제 급증해 재무부담 가중①작년 순손실 5조 육박, 고금리·경기침체 직격탄…증자로 여력 확보 집중

신상윤 기자공개 2024-03-08 08:18:00

[편집자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위태롭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 탓에 주거복지와 도시정비 활성화라는 공적 영역의 보증업무가 가중되면서 이례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공적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HUG의 재정을 메꾸기 위해 대규모 출자와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했다. 더벨은 지난해 취임한 유병태 사장 체제 아래 HUG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보증공사(HUG)는 2022년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신인 대한주택보증에서 HUG로 새출발한 201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적자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반기까지 이미 순손실을 기록했고 연말까지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년 연속 적자 공공기관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보증사고가 급증한 탓이다. 보증사고로 출혈이 멈추지 않자 정부의 긴급 수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 5조 육박, 2년 연속 적자 오명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는 잠정 결산 기준 2023년 5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순손실 1126억원을 기록하며 이례적으로 적자전환한데 이어 1년 만에 적자 규모가 50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산을 마친 것이 아닌 만큼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 1조원, 순손실 1조3280억원 등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연간 수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순손실 규모가 5조원에 이르면 국내 공공기관 중 적자가 큰 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지난해 4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를 보면 전체 347개 공공기관 가운데 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을 제외한 전체 순손실 규모는 13조6000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HUG 순손실 예정과 비교하면 전체 공공기관의 절반 수준이다.

HUG의 적자는 이례적이다. 1993년 설립된 주택사업공제조합을 모태로 한 HUG는 2015년 대한주택보증에서 전환된 이래 2022년 적자 전환 전까진 견조한 수익을 거두는 공공기관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HUG의 주사업인 보증사고가 크게 증가했다.

◇전세·분양 보증사고 급증, 올해 비관적 전망

HUG가 재무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것도 주요 사업인 보증 업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주로 주택에 대한 분양보증과 임대 및 전세보증 등과 같은 업무다. 보증과 관련해 HUG가 대신 나서야 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건전한 재무구조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례로 개인 대상 보증사업의 대표적인 업무인 전세보증금 상환은 매년 신청 건수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HUG가 전세보증과 관련해 사고로 집계한 건수는 1만9350가구로 그 규모는 4조3347억원에 달한다. 2022년 5443가구를 대상으로 한 금액 1조1726억과 비교하면 각각 255.5%, 269.7%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보증금을 갚은 대위변제금은 284.6% 급증한 3조5544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전세보증금과 더불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보증상품인 분양보증 사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보증 사고 금액은 1조1210억원을 기록했다. 2019~2020년까지 발생했던 분양보증 사고는 2021~2022년 집계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연달아 불거지면서 HUG 부담이 가중됐다. 올들어 광주광역시 건설사 한국건설이 시공 중이던 사업장에 대한 사업을 포기하면서 HUG가 분양보증을 짊어졌다.


전세보증과 분양보증 등 각종 보증사고가 중첩되면서 HUG는 재정적인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지속됐던 지난 2년간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유례없는 재정 부담을 겪으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적자 전환은 물론이고 부채비율도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최근 몇 년간 30%를 하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악화된 셈이다.

HUG 재정난은 보증사고 증가에 기인한다. 다만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정비 활성화를 위한 각종 보증업무를 수행하는 고유의 기능으로 인한 재정난인 데다 악영향을 미치는 대외 변수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HUG의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증자 등에 나선 배경이다. 지난해와 올해 편성된 예산을 활용해 자본금 증자에 이어 주식 등 현물을 활용해 재정 보충에 나섰다. 여기에 HUG가 외부에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 공사채 발행 근거를 마련하는 등 자금 조달 통로도 넓혔다.

HUG 관계자는 "개인 및 기업 대상 보증 관련 사고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측면이 크다"면서 "정부의 예산 및 현물 출자 등으로 자본금을 늘린 것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보증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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