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후폭풍]8조 판매한 KB국민은행, 충당금 2조 쌓을까①누적손실률 53%, 상반기 9.8조 만기…대규모 손실익신 불가피
고설봉 기자공개 2024-03-14 13:07:44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주 ELS 배상안이 발표되면서 판매사들이 느끼는 압박도 커졌다. 당국이 나서 배상을 권고하는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내부적 부담이 크다. 매번 소비자피해를 배상하면 향후 상품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떠안아야할 유무형적 부담도 상당하다. 장기로 예상되는 배상 기간에 따른 영업력 타격도 불가피하다. ELS 배상안에 따른 판매사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은 홍콩 H지주 ELS 사태의 중심에 서 있다. 판매 잔액은 8조1972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판매고의 53.2%를 차지한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풀어갈 키도 국민은행이 쥐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배상안을 수용해 국민은행이 사적화해에 적극 나선다면 이슈 해소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그러나 국민은행 내부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당장 수조원대 손실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 H지수 ELS 손실률은 50%대다. 단순 계산으로 4조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 배상안을 적극 수용할 경우 국민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배상액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한 재무부담이어서 섣불리 나설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제시한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배상비율은 판매사요인과 투자자고려요소로, 기타 등 요소를 종합해 산출한다. 산술적으로 최저 0%에서 최고 100%까지 판매비율이 정해질 수 있다.
배상비율 산출을 위한 판매사요인 중 기본배상비율은 최소 20%~최대 40%다. 여기에 판매사가중으로 3~10%를 더한다. 투자자고려요소에 따라 최대 45%를 더할 수 있다. 또 투자자별차감을 통해 최대 45%를 차감할 수 있다. 여기에 각 케이스별 특수성을 고려해 10% 범위 내에서 배상비율을 가감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일반적인 배상비율이 45% 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별 사례마다 불완전 판매 및 불건전 영업행위 등 상황이 다른만큼 일반화 할 수 없다. 하지만 배상비율 산출의 기초인 판매사요인으로만 국한할 경우 45% 선을 예측할 수 있다. 기본배상비율 최대 40%와 판매자가중 최대 10%를 적용한 값이다.
국민은행의 사례를 보면 배상비율 45%를 적용할 경우 소비자에게 배상해야할 배상금은 1조9735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잔액 8조1972억원을 기준으로 금감원이 집계한 2024년 1~2월 누적손실률 53.5%를 적용하면 추정 손실액은 4조3855억원이다. 여기에 배상비율 45%를 적용하면 1조9735억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이다. 이에 따른 누적 손실률은 53.5%다. 다만 향후 예상추정손실은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든다. 2024년 2월말 현재 H지수가 5678포인트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추가 예상 손실액은 4조6000억원 수준이다. 2월말 현재 1조2000억원 손실이 확정된 가운데 3월~6월까지 추가로 3조6000억원 손실이 더 발생한다. 이후 하반기 접어들면서 손실액은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실제 환매 시점의 손실률과 각 소비자별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은행을 통해 ELS에 가입한 고객들의 손실액은 더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른 국민은행 배상액도 변할 수 있다. 만기가 올해 대부분 도래한다는 점은 국민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는 올해 내 도래한다. 분기별로 1분기 3조8000억원(20.4%), 2분기 6조원(32.1%) 등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추정손실과 맞물려 국민은행은 충당금 적립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부실 이슈 때와 상황이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당국의 배상안 발표가 있은 뒤 각 판매사들은 배상안을 수용한 뒤 예상 손실에 따른 충당금을 적립했다.
특히 2020년 9월부터 DLF 상품의 만기가 순차 도래하는 과정에서 각 판매사들은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당금을 적립했다. 독일 국채금리가 소폭 상승하며 DLF 수익률이 다시 이익구간으로 접어들었지만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당시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손해배상기준(안)은 일괄적으로 적용됐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고객에 따라 40%, 55%, 65% 등의 배상 비율을 심의·의결했다. 이후 곧바로 각 판매사들은 추정손실에 근거하고 각 고객별 상황에 맞춰 배상비율을 적용해 충당금을 적립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시뮬레이션 해보지 않아 정확한 손실 규모는 알 수 없다"며 "금감원 세부안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손실 규모와 그에 따른 배상 계획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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