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사학연금 전범식 CIO "위기는 기회, 이자율 상품 늘린다”중장기적 사모대출 비롯 이자율 상품 비중 40%까지 확대
김지효 기자공개 2024-03-18 08:09:08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4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오히려 이럴 때에 기회가 있다. 부동산시장을 비롯해 기업마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산 등을 매각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투자 여력이 있는 연기금들은 수익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전범식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하 사학연금) 자금관리운용단장(CIO)(사진)에게 올해 자금시장 전망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전 단장은 지난해 11월 사학연금 CIO에 취임해 올해 온전한 임기 첫 해를 맞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친정인 사학연금의 첫 내부 출신 CIO로 복귀했지만 그가 취임한 이후 자본시장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에 연초부터 터진 부동산 PF발 악재에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있다.
하지만 전 단장은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본시장에 몸담으면서 시장에도 사이클이 있고 그 안에서 기회는 언제든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이다. 더벨이 전 단장을 만나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사학연금의 올해 투자 방향과 출자사업 계획 등을 들어봤다.
◇고금리 시대 ‘이자율 상품’ 주목, 바이아웃 목적 출자사업은 ‘미정’
전 단장이 꼽은 올해 사학연금의 투자 키워드는 '이자율 상품'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시장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기존에 해왔던 바이아웃, 에쿼티 투자가 많았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는 사모대출과 같은 이자율 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이와 관련해 별도의 출자사업을 진행할지는 정하지는 않았으나 프로젝트펀드, 직접 대출 등 다양한 투자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학연금의 전체 투자자산 가운데 에쿼티 투자 비중은 85%에 이른다. 대출 비중은 15%에 그친다. 전 단장은 대출 투자비중을 늘려 중장기적으로 대출 비중을 40%, 에쿼티 비중을 60% 수준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목표다. 에쿼티 투자는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정해진 대출 비중을 조금씩 늘려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금 성숙기에 진입한 사학연금의 자금상황에서 유동성 보충 및 예측가능한 현금유입 등 재투자가 가능한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국내 채권 비중을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했다. 아직 투자금 회수 단계에 이르지 못한 대체투자 수익률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체투자는 그간 바이아웃 투자를 중심으로 하다보니 투자금 회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전 단장은 “그간에는 바이아웃 중심으로 투자를 하다보니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졌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앵커LP가 될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큰 프로젝트 투자 건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들과 함께 리스크를 검토해가며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이자율 상품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향후 부동산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핵심 지역의 우량 자산을 매입할 계획도 세워뒀다.
해마다 하반기에 진행해왔던 바이아웃 투자 대상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에 대한 올해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학연금은 해마다 하반기에 5000억원 안팎의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해 PE와 VC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에 출자사업 규모를 절반 가량으로 줄이면서 기존 출자사업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전 단장은 기존에 약정된 투자금의 집행률을 보고 올해 출자사업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단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 집행률이 상당히 낮았다”며 “올해도 하반기 들어서야 집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바이아웃 대상 출자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년 만의 친정 복귀, “부담 크지만 욕심도 생겨”
전 단장은 사학연금 공채 출신이다. 행정학과 출신인 그는 복지행정 전문가를 꿈꾸며 1991년 사학연금에 입사했다. 그의 숫자에 대한 감각을 눈여겨본 당시 팀장의 추천으로 생각지 않게 자금운용부(현재의 자금운용관리단)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이후 줄곧 관련 업무를 했다. 그렇게 21년을 사학연금에서 보내며 투자 전문가로 거듭났다.
사학연금의 투자조직인 자금운용관리단이 신설됐을 당시 조직 체계 구축을 위한 실무 업무를 담당했던 것도 바로 전 단장이다. 당시 그는 리스크관리팀에서 자금운용관리단 신설을 위한 실무업무를 맡아 현재 자금운용관리단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그는 돌연 증권사행을 선택했다. 주변인들에게 왜 ‘정글 같은’ 증권사로 가서 사서 고생을 하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결국 그에게 값진 투자 경험과 트랙레코드들을 쌓아줬다. 그렇게 현대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거쳐 SK증권 대체사업부 대표까지 역임했다. SK증권에서 PI투자를 통해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투자해 투자원금대비 6~7배를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SK증권이 2022년 하반기에 매각해 680억원 가량의 수익이 난 판교 오피스빌딩 투자를 이끌기도 했다.
11년 만에 돌아온 사학연금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그 사이 더 체계화된 시스템, 충분한 인력풀 등을 갖춘 곳으로 거듭났다.
친정으로 돌아온 전 단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외부에서 다양한 트랙레코드를 쌓고 돌아온 그를 향한 기대가 큰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하지만 친정으로 복귀하게 해 준 사학연금에 대한 감사함과 조직과 후배들을 향한 애정에 전 단장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는 사학연금의 수익률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건을 적극 발굴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들을 통해 후배를 양성하고 사학연금 투자 역량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전 단장은 “사학연금은 서울 사무소에 상주할 수 있는 인력 제한이 있어 그동안 프로젝트펀드 투자를 많이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앞으로 직원들의 투자 역량을 높이고 다양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규모가 큰 투자 건을 대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올해 투자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투자 전문가 2~3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보수 현실화 등의 작업을 마쳤다. 올해 사학연금의 목표수익률은 5.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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