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스마트 조선소 과도기, 김재을 부사장 안전·생산 동시 공략④조선해양사업 대표…안전한 일터 목표 디지털 전환 일조
임한솔 기자공개 2024-04-01 09:16:46
[편집자주]
HD현대그룹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이뤄진 뒤 약 4년이 지났다. 초기 적자에 시달리던 HD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을 비롯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들도 체질 개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와 성장의 과도기에 있는 HD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는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사업분야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조선해양, 특수선, 엔진 등이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단연 조선해양이다. 일감 대부분이 상선, 해양플랜트 쪽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 428억4200만달러 중 333억달러가량을 상선과 해양플랜트가 차지할 정도다.HD현대중공업에서 조선해양사업을 담당하는 인물은 김재을 부사장이다. 앞서 안전생산본부장을 지내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로 조선해양사업 대표에 올랐다. 이전에는 이상균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던 자리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 급증한 일감을 산업재해 없이 안전하게 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생산성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 부사장은 '스마트 조선소'에 답이 있다고 본다. 노동자를 하나하나 직접 살피는 옛 방식에서 벗어나 한 자리에서 모든 상황을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의 경력은 선박 설계 등 기술 분야와 생산 등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김 부사장은 1991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했고 2015년 임원에 올랐다. 먼저 선장설계부, 선실설계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기본설계(FEED) 등을 담당한 뒤 조선설계부문장을 지냈다.
설계 다음에는 각종 디지털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019년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인 조선기술본부장에 선임된 뒤 차세대 설계 및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시스템 도입, 탄소발자국 분석 시뮬레이션 구축 등을 추진했다. 이런 디지털 프로젝트는 단지 작업 환경을 효율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김 부사장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안전 대책은 일일이 쫓아다니지 않는 이상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융합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시스템 개발이 쉽지는 않겠지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김 부사장만의 판단이 아니었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HD현대그룹 차원의 장기 프로젝트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전 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전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조선3사는 2021년부터 미래 조선소(Future of Shipyard, FOS) 10년의 기간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각종 생산 계획과 안전 지침 등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일원화해 관리하고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2030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지능형 자율 조선소가 구축돼 생산성 30% 향상, 공기 30% 단축 등의 효과를 볼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조선해양사업 대표로서 FOS 프로젝트의 실전 적용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FOS 프로젝트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는 지난해 말 구축이 완료됐다. 가상 공간에 현실 조선소를 3D 모델로 구현해 선박 건조 상황, 장비 운용 상황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 조선소가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들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 불안한 공급망에 따른 리스크와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잇따른 산업재해 발생으로 안전 관리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박을 적기에 인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의 상선과 해양플랜트 수주잔고는 2021년만 해도 197억9000만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기준으로는 347억7700만달러를 기록한 상태다. 코로나19 시기 물류 대란을 계기로 수주한 선박들이 아직 모두 인도되지 않은 가운데 신규 수주가 계속 쌓이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분야의 수주가 회복되는 추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2년만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달성했고 올들어서도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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