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밸류 분석]세코닉스, 안정적 승계? '아직 불안한 지배력'⑤박은경 대표, 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율 20% 남짓…9년전 소액주주연합 공격 받기도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15 07:41:04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코닉스는 작년 오너 2세인 박은경 대표를 향한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흔한 형제간 경영권 다툼도 없었다. 부친인 고 박원희 회장이 일찌감치 차녀인 박 대표를 후계자로 정하고 경영수업을 시켜온 결과다. 박 대표가 회사의 체질 변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자 초고속 승진을 시키고 지분 증여도 했다.다만 최대주주인 박 대표의 지분율이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특수관계자 지분과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등을 모두 합쳐도 20%에 그친다. 9년 전에는 낮은 주가에 불만을 품은 소액주주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공격받은 경험마저 있다. 작년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찌감치 후계자 선정…경영성과로 자격 입증
박 대표가 세코닉스에 합류한 시기는 2003년이다. 앞서 10년간 광고회사 프로듀서(PD)로 일한 경험을 살려 입사 초반에는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IR 업무를 맡았다. 이후 전장사업 영업부서로 배치됐고 2006년 차량용 카메라 렌즈 개발을 성공시켰다. 입사 3년 만에 임원이 됐고 이듬해에는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입지를 빠르게 넓혀갔다.
입사 10년 만인 2013년 사장 자리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 사이 IR, 영업, 생산, 경영지원 등 사실상 사내 모든 조직을 두루 거치며 빠르게 경영 수업을 마쳤다.
박 대표는 아버지 고 박 회장이 2016년 대표이사 자리까지 물려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헤드램프 기업 에스에이엘(구 에스지) 인수를 주도하고 폴란드 공장을 설립하는 등 신사업을 빠르게 주도해나갔다. 회사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와 함께 2019년 단독대표에 선임되며 독자 체제 구축을 공식화했다.
곧바로 승계 작업에 돌입한 고 박 회장은 2020년 자신이 보유한 세코닉스 지분 50만주를 박 대표에게 증여했다. 당시 박 대표 지분은 4.24%에서 7.51%까지 늘었다.
2023년 2월 고 박 회장의 별세로 박 대표는 최대주주에 올랐다. 고 박 회장 지분 9.96% 가운데 7.27%를 증여받아 박 대표 보유 지분율이 14.52%가 됐다. 최대주주 변경일인 2월 5일 직전 거래일 기준 세코닉스 주가는 705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약 76억원 상당의 지분을 물려받았다. 나머지 2.7%는 장남 박종현 씨에게 돌아갔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4/11/20240411144543916_n.png)
◇최대 실적에도 부진한 주가, 다시 한번 공격받을까
증여를 통한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세코닉스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상속 이슈가 해소되면서 차량용 렌즈의 구조적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며 "저평가된 주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최대주주인 박 대표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박 대표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19.38% 수준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16만4056주를 더해도 20%를 조금 넘는다. 이에 반해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총 68.8%에 달한다.
세코닉스 오너가는 낮은 지분율로 인해 과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5년 8월 신은수 씨 외 4명의 소액주주가 지분 6.69%를 취득하면서 비롯됐던 일이다. 이들은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세코닉스 주가 하락과 배당금 축소 등 문제를 공격하고 나섰다. 임시 주총을 소집해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감사 선임, 무상증자 등을 놓고 표 대결을 예고했다.
세코닉스는 25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행사 주식수는 발행주식총수의 4.17%인 32만5055주였다. 이를 통해 박 회장은 보유 주식수를 12.7%에서 15.7%로 늘렸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238만7782주의 무상증자도 결정하면서 경영권에 대한 공격은 일단락됐다.
당시 위기는 넘겼지만 오너의 지분율 수준을 보면 경영권 위협이 언제든 살아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세코닉스의 주가는 6000원대에 머물며 '저평가'가 여전하다. 작년 사상 첫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주가 1만원대 회복은 버거운 모습이다. 엔비디아 파트너사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금세 하락이 이어졌다.
세코닉스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이익이 발생할 시 배당을 통한 지분확대 등 계획을 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기관주주, 법인주주, 장기투자 중인 우호적인 주주가 있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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