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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볼모 [thebell note]

이상원 기자공개 2024-07-22 08:08:58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8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이재용 회장의 2020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러한 원칙은 깨졌다. 창사 52년 동안 3대에 걸쳐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노사간 단체 협약을 처음으로 체결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3년이 지난 이달 8일 삼성전자 노조는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는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주최 측에 따르면 파업 첫날 참가자 수는 약 65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노조는 이날 조합원 수가 3만명을 돌파했다고 공개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정규직 직원은 12만4207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다.

노조의 힘은 조합원 수에서 비롯된다. 아직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노조가 들 떠있는 배경이다. 여기까지는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반도체 생산 차질'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파업 첫날에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목적 달성을 자축했다.

현재도 노조는 자동화 비율이 낮은 8인치 라인을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라인 부근에서 직원들의 파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피해가 극대화되는 곳 들이다. 반도체는 약속한 납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고객과의 신뢰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노조가 반도체를 볼모로 잡았다.

회사 측은 파업 참가로 인한 결원은 대체 인력을 투입해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주차에 접어든 파업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을 넘어 수율에도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둘러싸고 처한 상황을 감안해 노조의 자중이 필요하다는 목소기도 나온다.

현재 HBM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1위에 오르겠다던 파운드리 역시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반도체 연구 인력의 이탈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30여 명이 AMD로 옮겼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로 이직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저력을 보여주며 2분기 모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HBM3E는 하반기 출하해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반등을 위한 분위기는 만들어졌지만 노조의 계속되는 파업은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노조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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