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밸류 분석]'일본 제쳤다' 한미반도체, 마이크론 HBM 공급망 진입신카와에서 협력사 변경, '추격자' 삼성전자 결정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12 07:26:38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을 뚫었다. 메모리 '빅3' 중 두 곳과 손을 잡으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관련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이번 결과로 삼성전자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HBM 분야에서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 경쟁사가 같은 협력사 장비를 쓰게 되면서다. 삼성전자도 관련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는 과거 악연으로 사실상 접점이 없어졌다. 연결고리를 다시 만들려면 기술적인 문제 외에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도 인정한 '토종 장비', 추가 계약 가능성 제기
한미반도체는 11일 '듀얼 TC 본더 타이거' 장비를 마이크론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금액 규모는 226억원, 기간은 올해 7월8일까지다.
해당 제품은 HBM용으로 이달 1일 한미반도체가 출시한 바 있다. 당시 곽동신 부회장은 "듀얼 TC 본더 타이거는 글로벌 고객 사양에 맞춰 최신 기술이 적용된 모델로 실리콘관통전극(TSV) 공법으로 제작된 반도체 웨이퍼에 적층하는 본딩 설비"라고 설명했다.
HBM은 D램들을 쌓아 만드는 고부가 메모리다. 일반 D램 대비 대역폭이 높아 고용량 데이터 연산에 적합하다. AI 서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조화를 이뤄 수요가 급증했다.
여러 개 D램 적층 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구리선 등으로 연결(TSV 단계)하고 이후 D램 다이를 수직으로 붙여야 하는데 이때 TC 본더가 쓰인다.
HBM 선두주자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납품하는 곳이 한미반도체다. 양사는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면서 몸값을 대폭 끌어올린 상태다.
다소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일본 신카와, 도레이 등과 협업해왔다.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신카와 설비 수십 대를 사들이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형 반도체 제조사에서 핵심 장비를 특정 업체로부터 대량 구매한 뒤 협력사를 바꾸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한미반도체와 작지 않은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는 건 성능에서 격차가 컸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미반도체는 후공정 부문에서 마이크론과 거래하기는 했으나 HBM 쪽에서는 첫 협력이다. TC 본더 고객사 다변화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HBM용 듀얼 TC 본더 수주 금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하반기 1012억원, 올해 2월 860억원과 3월 215억원 등이 포함된 수치다.
SK하이닉스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HBM 생산능력(캐파)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린다고 했다. 마이크론도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어 추가 계약이 유력하다. 향후 한미반도체의 HBM 수혜는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악연 끊을까…주가는 '훨훨'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까지 잡자 업계 시선은 삼성전자로 향하고 있다. 작년부터 HBM 비중이 빠르게 증대하고 SK하이닉스 입지가 탄탄해지자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한미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다.
특히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유사한 HBM 패키징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도 해당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두 회사는 'TC-NCF((Thermal Compression Non Conductive Film)'라는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술을 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로 대응 중이다.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전체를 한 번에 굳히는 공정이다. 결과적으로 한미반도체는 둘 다 소화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는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2010년대 초반 법적 분쟁을 거친 뒤로 거래가 끊겼기 때문이다. 이를 재개하려면 정치적 요소까지 풀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별개로 한미반도체는 올해 들어 주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5만원대에 그쳤던 주가는 3~4월을 지나면서 10만원대를 훌쩍 넘어서 15만원 내외까지 올라왔다. 작년 4월 1만원대 후반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이달 2일에는 15만28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최근 약간의 부침이 있었다. 그럼에도 큰 폭의 하락은 없었다. 이날 마이크론과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일(4월9일) 대비 6.62%포인트 오른 14만1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마이크론과 추가 계약, 삼성전자와 거래 재개 등이 현실화한다면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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