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TSMC까지 참전' 지금까지 이런 홍보전은 없었다⑨싸움 붙이는 엔비디아, HBM 이어 패키징 경쟁도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23 07:45:2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1~2위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기점으로 직간접적으로 서로를 저격하게 됐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이 양사 대결 구도에 합류한 것도 눈에 띈다.이같은 흐름은 모바일 D램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해진 영향이다. 향후 두 회사가 고객에게 어떤 '어필 포인트'를 내세울지 이목이 쏠린다.
◇'SK하이닉스 독점 끝났다' AI 반도체 두고 메모리 3사 전운
최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TSMC와 긴밀히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언뜻 보면 낯선 조합이나 이들은 이미 협업을 해왔다.
인공지능(AI) 서버에서 쓰이는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이 짝을 이뤄 완성된다. 이때 GPU와 HBM은 넓은 기판 모양의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수평으로 배치된다. 이를 2.5차원(D) 패키징이라 부르는데 SK하이닉스에는 이 기술이 없다. GPU를 제작하는 TSMC가 SK하이닉스 HBM을 받아 칩온웨이퍼 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라는 자체 2.5D 패키징을 해왔다.
사실상 엔비디아의 AI용 GPU를 TSMC가 독점 생산하고 있어서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로 이어지는 '3각 편대'가 AI 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TSMC와의 동맹을 공식화한 건 이례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양산 예정인 6세대 HBM(HBM4)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는 동시에 삼성전자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객이나 협력사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건 드문 일"이라며 "엔비디아, TSMC와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삼성전자를 배척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HBM 기술력을 뽐낸 바 있다. 업계 최초로 36기가바이트(GB) 12단 5세대 HBM(HBM3E)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추후 로드맵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차세대 HBM 전담팀을 구축한 것도 관련 임원의 말을 빌려 홍보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 양산도 2.5D 패키징도 직접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분담하는 걸 일원화할 수 있다는 이점을 내세워 엔비디아와 물밑 협상을 펼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엔비디아도 삼성전자의 접근을 마다치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HBM3E 샘플 테스트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가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미 미국 마이크론은 엔비디아향 HBM 납품을 개시한 상태다.
메모리 3사 역시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다. 여전히 엔비디아가 독보적이나 AMD, 인텔을 비롯해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 고객으로 여겨진 아마존, 구글, 오픈AI 등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회사들도 여러 곳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타사 HBM으로 2.5D 패키징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
◇AI 서버 다음은 온디바이스 AI, '제2의 HBM' 모바일 D램
올해는 HBM 이외에도 D램 수요 전반이 살아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버 D램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영역에 생산능력(캐파)을 분산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게 모바일 D램이다. HBM만큼은 아니나 양사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부문이기도 하다.
일반 D램에 더블데이터레이트(DDR)이라는 표준이 있다면 모바일 D램에는 로우파워(LP)DDR이라는 규격이 존재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휴대하고 이동하는 모바일 기기 특성상 저전력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최근 디바이스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가 대세로 떠올라 LPDDR 제품의 가치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달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속도의 LPDDR5X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알렸다. 최대 동작속도는 10.7기가비피에스(Gbps), 성능과 용량은 전 세대 대비 25%와 30%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LPDDR 패키지 기반 모듈인 'LPCAMM'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LPDDR 응용처를 AI PC, AI 가속기, 서버, 전장 등으로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합작한 AI 반도체 '마하1'에 LPDDR5X를 적용하기로 했다. 제2의 HBM이 될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SK하이닉스도 가만있지 않는다. 작년 11월 현존 최고속의 LPDDR5T D램을 상용화했다고 전했다. LPDDR5T는 기존 LPDDR5X를 업그레이드한 SK하이닉스만의 버전이다.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를 시작으로 글로벌 고객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온디바이스 AI 공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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