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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KT의 엔젠바이오, 클리아랩 인수로 기술에 '실적까지'최대출 대표 "5년 장고 끝 내린 승부수…내년 하반기 흑전 전망"

차지현 기자공개 2024-04-24 11:37:4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정밀진단 플랫폼 전문기업 엔젠바이오가 미국 뉴저지 소재 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클리아랩)을 인수했다. 앞서 지난달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클리아랩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 베팅이다.

처음 클리아랩 인수 계획을 발표한 건 2019년. 5년 이상 장고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엔젠바이오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더벨은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창업자 최대출 대표이사(사진)를 만났다.

◇KT 벤처 1호 엔젠바이오, 숙원사업 클리아랩 인수 해소

KT 사내 벤처 1호로 출발한 엔젠바이오. 2015년 KT와 젠큐릭스가 각각 15억원을 투자해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젠큐릭스 11.64%, KT 10.51%였다. 설립 이후 줄곧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던 젠큐릭스가 이달 초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현재 KT가 1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창업 당시 내세운 핵심 경쟁력은 유전체를 조각낸 후 각 조각의 염기서열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NGS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각종 암을 정밀 진단하고 최적의 항암제 및 치료법을 찾아주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유전자 검사 키트와 자동분석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클리아랩 인수를 선언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리아랩은 임상 수행 실험실에 대한 정확도나 신뢰도 등을 검증하는 미국실험실표준인증을 획득한 시설이다. 클리아랩을 통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없이 미국 시장에서 진단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클리아랩 인수는 예상만큼 쉽지 않았다. 팬데믹이 복병이 됐다. 진단 업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수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2020년 태핑하던 3~4개 업체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급등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다른 진단업체에게 기회로 다가왔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엔젠바이오에겐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최 대표는 "100억원에 팔겠다고 해서 최종 계약 서명을 하러 가면 50억원을 올리는 등 회사가 정해둔 인수가를 맞추는 게 힘든 상황이 수년 간 이어졌다"면서도 "하루빨리 이벤트를 기대하는 소액주주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클리아랩 인수를 단행할 순 없었기에 오랜 기간이 걸렸다"고 했다.

◇샌디에이고 소재 탑랩 인수로 '기술·실적' 두토끼 확보

장고를 거듭한 끝에 인수를 결정한 클리아랩 두 곳이 세상에 공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클리아랩과 뉴저지 소재의 '탑랩'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40억원과 37억원 규모로 인수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엔젠바이오가 클라이랩 인수로 노리는 건 명확하다. 기술 및 영업망 확보 그리고 외형 확장이다. 클리아랩이 보유한 전문 인력과 기술을 활용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클리아랩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돼 빠르게 의미 있는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달 인수한 샌디에이고 소재 클리아랩은 국내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학) 기반 정밀의료 기술 업체 베르티스가 2022년 설립한 시설이다. 프로테오믹스는 단백질 기능과 구조를 분석하는 분야로 해당 인수 건의 경우 기술 분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베팅했다.

최 대표는 "샌디에이고 소재 클리아랩은 미국 존스홉킨스대나 미국 내 대형 치매 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졌다는 게 장점"이라며 "엔젠바이오가 보유한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접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인수를 발표한 탑랩은 외형 확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탑랩은 혈액검사 및 마약검사 서비스를 메인으로 하는 시설이다. 작년 매출 800만달러(약 110억원)를 기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가졌다. 뉴저지에 위치했지만 미국 대부분 주의 수탁을 받을 수 있는 인증을 보유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탑랩은 코로나19 제품 매출 비중이 낮아 엔데믹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탑랩의 주력 사업인 마약검사에 당사의 NGS 암 검사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NGS 암 검사서비스의 보험수가가 국내의 3배에 달하는 만큼 해당 검사를 셋업하면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일례로 비코로나19 검사를 주력으로 영위하던 마이애미 소재 클리아랩은 NGS 사업 추가 이후 1년 새 매출이 7배가량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FDA 규제 강화? 기술력 탄탄 기업엔 호재…내년 흑전 목표

최 대표는 클리아랩 인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리아랩이 미국 진출의 주요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인수 검토만 발표해도 주가가 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클리아랩 인수와 관련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진단 업체가 제시한 클리아랩과 시너지 방안이 모호한 데다 FDA가 클리아랩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그는 클리아랩 인수의 핵심은 밸류업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어떤 클리아랩을 인수하고 기존 회사 기술을 활용해 클리아랩을 앞으로 어떻게 키울지가 핵심"이라면서 "베트리스를 통해서는 기술과 네트워크 확보, 탑랩을 통해서는 NGS 추가 장착을 통한 외형 확장 가속화 등 우리는 인수 목적이 분명하다"고 했다.

FDA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엔젠바이오 기술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제대로 성능 검증이 안 된 채 클리아랩만을 갖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경우 FDA 규제 강화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품질이나 정확도 측면에서 FDA가 규제를 높이면 절반 이상이 퇴출될 거고 기술력에 자신있는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영토를 지속해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재 카자스스탄에는 유방암·혈액암·고형암·조직적합성 인허가를 추진 중이다. 태국에서는 고형암·조직접합성 제품을, 루마니아는 혈액암 제품 등에 대한 허가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인도 업체와는 플랫폼을 통째로 기술수출하는 계약도 논의 중에 있다.

최 대표는 "이번에 인수한 클리아랩들로 사업 확장 속도가 두 배 이상으로 빨라질 것"이라면서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 내년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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