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언론인' 성회용 대표, 소통·협상 '합격점'…시험대 오른 경영 능력②신사업 추진부터 ESG 경영 강화까지...이호진 전 회장과 호흡 주목
박완준 기자공개 2024-05-08 07:19:53
[편집자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올 상반기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 복귀를 계기로 '은둔 기업' 이미지 탈피를 목표한다. 태광그룹의 승부수는 대규모 투자 계획 중심의 강화된 조직력이다. 올해 이 전 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태광산업의 올해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언론인 출신의 대표이사는 예상하지 못한 인사였다."성회용 태광산업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초 태광그룹의 모회사 격인 태광산업의 수장으로 올라선 날 내부에서 직원들의 시선은 의심이 가득했다. 기업 경영과 거리가 먼 언론인 경력만 30년 이상 쌓은 그가 그룹에 합류한 지 6개월 만에 핵심 계열사 대표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재계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언론인에서 곧바로 대표로 선임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선에 성 대표는 경영 능력을 입증 받기 위해 주경야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매일 서류가 가득 들어간 가방을 두 개씩 들고 출근해 업무 파악에 힘쓰고 있다. 울산공장도 직접 시찰하는 등 '현장 경영'에도 중점을 둔 모양새다.
◇첫 성과는 행동주의펀드와 협상…소통 경영 '입증'
성 대표는 지난해 6월 태광그룹의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 대표로 그룹에 첫발을 내디뎠다. 계열사 대표 협의체인 경영협의회 부의장을 역임하고, 6개월 만에 태광산업 대표로 올라섰다. 그룹에 합류한 지 반년도 안된 시점에 모회사의 대표 자리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언론인 출신이다.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뒤 1991년 SBS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사회부장, 기획실 정책팀장, 보도국장, 미디어 사업국장, 일본 도쿄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성 대표가 대표이사로 단숨에 올라선 배경은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입김이 꼽힌다. 기자 시절부터 이 전 회장과 만남을 갖고, 기업 경영에 대한 고민을 격식 없이 나누며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인사교체로 'CEO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태광그룹이 외부에 '경영 빗장'을 연 만큼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성 대표는 지난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진을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했다. 기존에 2명, 3명이던 사내·외 이사를 각각 한 명씩 늘렸다. 정관 일부를 개정해 ESG위원회도 설치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명시하는 등 투명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태광그룹이 외부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ESG 강화에 나선 것은 이때가 사실상 처음이다.
성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2대주주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직접 소통하며 주주제안 합의 방안도 끌어냈다. 주주제안 이사후보자 3명을 전원 선임하는 대신 배당금 증액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요구하지 않는 내용이 골자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경영 환경 구축에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성 대표는 내부 단속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부터 임직원의 불공정·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경제·기업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내부감사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그룹 전반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이다.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쇄신 요구를 수용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신소재·반도체·이차전지' 언급…'결단의 리더십' 발휘할까
태광그룹은 최종 결정권자인 총수의 부재로 2011년부터 경영 시계가 멈춰있다. 특히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불어닥친 글로벌 불황의 한파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다른 기업들과는 반대된 행보를 보여왔다.
태광그룹은 지난해부터 '10년간 12조원 투자 계획' 발표 등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계가 성 대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태광산업은 2022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올해 성 대표의 흑자 전환 성공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성 대표는 차세대 먹거리로 첨단 소재와 관련된 신소재 발굴 및 제조를 낙점했다. 더 나아가 반도체와 이차전지 사업과의 연결고리까지 발을 넓히겠다는 목적이다. 앞서 그는 주주총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특히 부족했던 첨단 소재와 관련해 새로운 신소재를 발굴하고 제조하는 데 역량을 올려야 한다"며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 대표는 보수적인 투자로 일관해 온 태광산업의 경영 방향을 '공격'으로 바꿀 계획이다. 특히 신사업 진출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은 필수적인 선택으로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초기 육성을 통한 사업 확장보다 잘 만들어진 기업을 사들여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특히 섬유 부문의 신규 투자는 친환경 분야와 고기능성 소재 개발에 집중될 계획이다. 기술 라이센스 인·아웃(기술을 사고파는 것) 등 M&A는 수익성이 높은 산업용 소재 위주로 계획해 투자 효과를 키워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성 대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태광산업은 이달 1일부터 상반기 수시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채용 계획을 짜고 있다. 채용 규모는 전년보다 늘려 서울과 울산공장의 영업·생산직을 충원한다는 목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성 대표는 그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성장 동력 확보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초 체력부터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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