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전기차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37회 세계 전기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 행사가 한국에서 개최된 건 9년 만이다. 별칭에 걸맞게 60여국 1500여명의 전기차 전문가와 200곳 이상 모빌리티 업체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대기업이 부스를 꾸렸는데 전장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과 LG도 자리했다. 다만 두 그룹이 전기차를 대하는 자세는 사뭇 달랐다. 삼성SDI가 단독 참가한 것과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과 공동 전시관을 차렸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하만을 자회사로 둔 삼성전자,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내세우는 삼성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사로 탈바꿈하려는 삼성전기 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각국의 전기차 전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을 뽐낼 절호의 기회를 날린 셈이다.
비슷한 장면은 이전에도 있었다. 올해 3월 권봉석 ㈜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은석현 LG전자 부사장 등이 일제히 독일로 날아가 메르세데스-벤츠 경영진과 회동한 바 있다. 최근에는 LG그룹 전장 계열사가 연이어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비공개 '테크 데이'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삼성그룹은 각개전투 태세다. 완성차 한정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여겨지지만 공동 대응은 사실상 전무하다. LG그룹 이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말 그대로 삼성은 각자도생, LG는 일심동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차이의 요인으로 컨트롤타워 유무를 꼽는다. LG그룹이 ㈜LG 중심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모색한다면 삼성그룹에서는 중간에서 조율해줄 조직이 미비하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그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생명, 삼성물산 내 TF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봄이 왔네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툭 던진 한마디에 '반도체의 봄', '계절적 의미의 봄' 등 여러 해석이 난무하다. 분명한 건 삼성의 봄은 아직이라는 점이다. 총수인 이 회장은 이달 말 2심 재판을 앞뒀고 삼성 주요 계열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 이를 위한 확실한 구심점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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