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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톺아보기]'문어발 확장' 제동, 카카오벤처스 'FI 정체성' 강화④벤처스 발굴 '넵튠·키즈노트' 그룹 계열사 편입 전례…2020년대 들어 포트폴리오 '선긋기'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14 08:27:00

[편집자주]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을 장악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급속도로 커진 덩치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따갑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도전에 직면한 지금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잠재력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해 온 카카오벤처스가 중요해졌다. 더벨은 CVC 가운데 중량감 있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벤처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은 명확하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한 결합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될성부른 떡잎을 계열사로 편입해 성장시킨 뒤 상장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이다. 다만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과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이 이어지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이른바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카카오는 비주력 사업을 개편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국내 모바일 플랫폼 사업과 연계한 M&A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콘텐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글로벌 M&A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룹 기조가 이같이 변하면서 카카오벤처스는 재무적투자자(FI)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모기업 투자 기조가 소극적으로 변한만큼 카카오벤처스의 역할은 펀드 플레이를 통한 투자 및 회수로 무게추가 옮겨질 전망이다. 이전에는 카카오벤처스가 먼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 뒤, 투자한 기업 중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을 선별해 카카오가 후속 투자 혹은 M&A에 나선 사례가 있었다.

◇카카오벤처스가 점찍고, 카카오가 팔로우온

카카오벤처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벤처기업 100개 키우기'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2012년 김 창업주는 유망 후배 창업자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사재 50억원을 출연해 카카오벤처스(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다. 다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와 합을 맞추는 사례가 종종 생겼다.
판교 카카오 아지트(본사)에 위치한 카카오벤처스 사무실 /출처=카카오벤처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모바일 게임사 넵튠에 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년 만에 후속 투자에 나섰다.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형태로 5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넵튠은 NHN 한게임 정욱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한 게임사다. 당시 카카오벤처스는 '맨파워'에 주목해 초기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다음과 합병한 뒤 약 1년에 걸쳐 카카오를 중심축으로 지분구조를 새로짜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카카오벤처스는 이때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다. 주목할 점은 카카오 중심 지배구조가 완성되면서 계열사 간 깊은 출자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2015년부터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 포트폴리오 중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을 선별해 후속투자 및 M&A에 나섰다.

카카오벤처스의 초기 투자를 통해 이미 넵튠을 지켜봐 왔던 카카오는 2017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넵튠 투자에 나섰다. 넵튠이 상장한 이후에도 카카오게임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넵튠 신주 1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후 4번의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금액은 도합 2375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넵튠 주식 39.4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키즈노트도 대표적 사례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알림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키즈노트에 3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14년 5억원 팔로우온했다. 영유아 보육업계에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벤처스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론칭 2년 만에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의 30%에 이르는 1만4000곳이 가입했다. 월간 사용자는 30만명이며 이용자 재방문율은 95%이다. 당시 모바일 메신저와 연계할 신사업을 찾고 있던 카카오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15년 키즈노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다음카카오의 '첫 번째 M&A' 딜로 주목받았다. 지분가치는 2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두나무도 비슷한 사례다. M&A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의미있는 지분을 확보한 딜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13년 두나무에 2억원 규모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두나무 기업가치는 10억원 안팎이었다. 그 후 핀테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주식투자 앱을 개발한 두나무의 성장도 빨라졌다. 이를 눈여겨보던 카카오는 2015년 9월 두나무에 33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해 9.5% 지분을 확보했고, 추후 지분율을 10.9%까지 늘렸다.

◇'글로벌 방점' 카카오, 카카오벤처스 독립성 유지

여타 CVC와 다른 카카오벤처스의 차별점은 모기업이 투자와 M&A에 적극적인 카카오라는 점이었다. 카카오는 느슨한 기업결합과 계열사별 독립경영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기조는 카카오벤처스에도 적용됐다. 외부 출자기관을 통한 펀드 플레이와 독립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해왔다.

전략적투자(SI) 결정은 모기업 카카오가 주도해서 이뤄졌다. 통상 기업에서 CVC를 설립하는 배경은 SI 투자에 방점이 찍혀있다. 반면 카카오벤처스는 외부 출자 펀드 비중이 높아 FI 역할이 컸다. 투자 기업 중 일부를 선별해 카카오가 직접 팔로우온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CVC라고 하면 모회사와 사업적인 시너지를 내며 유기적인 협업을 진행하는 SI를 떠올리지만, 우리는 투자 방향과 투자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한 FI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과 그에 따른 재무적 성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 투자 철학 /출처=카카오벤처스 제공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 기조는 최근 변화를 맞았다. 카카오가 소극적 투자 기조로 선회하면서다. 2021년부터 잇따른 계열사 IPO 추진과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이 이어지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비주력 사업을 개편하는 동시에 전략적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2022년 그립컴퍼니, 2023년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M&A도 없었다.

카카오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로 눈을 돌렸다. 전략적 투자는 카카오 자체 자금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는 자사주 459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억122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EB(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사채 발행으로 확보하는 자금 중 상당수(1900억원)는 해외 M&A 및 조인트벤처(JV) 설립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당분간 카카오벤처스의 FI 정체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운용 중인 9개의 펀드 중 6개가 외부 기관 출자를 바탕으로 결성한 만큼 재무적 성과에 집중할 필요성도 커졌다. 하우스 운용자산(AUM)은 3903억원이다. 이중 2000억원 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2012년 출범 이후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서비스, 딥테크, 디지털헬스케어, 게임 기업 발굴에 주력했다"면서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곳에 집중한다기보다는 본래 카카오벤처스 주요 투자 영역에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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