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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경쟁 체제]SC제일은행, 유일한 외국계은행의 리테일 강화 전략은⑮시중은행에 밀리고 지방은행에 역전 허용…기업금융·WM·디지털로 승부

고설봉 기자공개 2024-05-14 13:26:49

[편집자주]

은행권 신경쟁 체제가 도래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과 상생금융, ELS 사태 등 여러 이슈를 겪으면서 영업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은행간 이슈 대응 전략에도 미묘한 차이가 발생했다. 위기를 기회로 성장세에 올라탄 은행이 있는 반면 수세적으로 시장을 관망하면서 성장성이 저하된 곳도 있다. 그 결과 은행간 순위 경쟁의 판도도 미세하게 바뀌고 있다. 올해 은행권 경쟁은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새로운 경쟁체제가 마련된 은행권의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은 국내에서 리테일 영업을 펼치는 유일한 외국계은행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plc)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SC제일은행을 출범했다. 이후 기업금융과 WM 등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에 도입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다양한 비즈니스 역량 강화가 이어지면서 SC제일은행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현재 규모 면에서는 대형화된 시중은행과 경쟁이 쉽지 않다. 또 과거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지방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SC제일은행은 디지털전환(DT)과 WM기반의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한 비이자이익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시장에서 SC제일은행의 노력이 얼만큼 빛을 발할지가 관건이다.

◇저하되는 순이익 창출력…한수 아래 지방은행에도 밀렸다

SC제일은행의 실질총자산(평잔)은 안정적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2019년 73조5255억원에서 2023년 111조7585억원으로 52.00% 가량 증가했다. 대형화된 시중은행 및 특수은행 6곳(국민·신한·하나·우리·산업·기업·농협)을 제외하면 국내 은행권에서 8번째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수익 측면에선 이렇다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SC제일은행은 매년 3000억원안팎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2019년 3114억원 수준이던 순이익은 2021년 1227억원까지 줄어든 뒤 2022년 3913억원, 2023년 3408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대비 2023년 순이익 증가율은 9.44%를 기록했다.

SC제일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연간 순이익을 내는 곳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 규모가 큰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다. 2023년 부산은행 순이익은 383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 3549억원, 대구은행 3544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이들의 자산은 SC제일은행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23년 기준 부산은행 76조2706억원, 대구은행 69조2303억원, 카카오뱅크 49조534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SC제일은행과의 총자산 차이는 부산은행 35조4879억원, 대구은행 42조5282억원, 카카오뱅크 62조7051억원 등이다.

결과적으로 SC제일은행은 총자산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심 수익기반인 이자수익 창출력이 저하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조달비용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입이자 규모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의 수입이자 대비 지급이자 비율은 국내 은행권 내에서 가장 높다. SC제일은행은 2023년 수입이자 2조2243억원을 거둬들였는데 지급이자로 1조5862억원을 지출했다. 수입이자 대비 지급이자율은 71.3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은행들의 지급이자율은 국민은행 54.58%, 신한은행 60.13%, 부산은행 58.82%, 대구은행 52.72%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SC제일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낮아졌다. 2023년 1.51%로 국내 20개 은행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NIM은 국민은행 1.83%, 신한은행 1.62%, 부산은행 20.03%, 대구은행 2.87% 등을 각각 기록했다.

◇활동성고객 확보 총력…고객 저변 확대 총력

SC제일은행은 여수신 고객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 대비 강도 높은 예금 유치를 펼치고 있다.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파킹통장을 선보이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복리저축예금(MMDA)에 파격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액 자산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조달 노력은 SC제일은행이 예전부터 강점을 보여온 WM(자산관리) 부문 강화와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SC의 글로벌 노하우를 기반으로 자금관리 및 자본관리 업무 등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테일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디지털전환(DT)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SC제일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편의를 위해 ‘편한뱅킹’ 서비스를 새롭게 적용했다. 디지털금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령자 고객의 이용편의를 향상해 오랫동안 거래해온 활동성고객들의 꾸준한 장기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과거부터 SC제일은행이 가장 중점을 둔 기업금융에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SC제일은행의 기업금융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실제 지난해 원화대출금 중 13.58%가 대기업대출이었다. 반면 소상공인(SOHO)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7.95%에 그쳤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은 과거 제일은행 시절부터 강점이 있었던 대기업금융과 연계해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 등을 공략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등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 및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여·수신과 파생상품거래, 외환거래 등을 제공하며 수익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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