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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SK증권의 'KPI' 난맥상

윤진현 기자공개 2024-05-14 13:00:16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긴 증권회사가 아니고 공무원 조직입니다."

SK증권의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남긴 글이 파장을 일으켰다. 외부인은 접근 불가능한 이 블라인드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가자 조직원들은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특히 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수립 계획에 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초 SK증권 상부에서 각 사업부에 내린 KPI 목표치가 이미 있었지만 4월이 돼서야 본부에서 직접 KPI를 책정해 제출하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한 기업의 1년 성과 목표치를 2분기에 다시 설정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각 본부에선 성과 지표를 책정해 다시 제출했다. 문제는 SK증권에서 실제로 평가하는 기준은 이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바뀌었단 점이다.

조직 재무 성과의 130~140%를 달성해야만 인사고과에서 만점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즉 각 영업본부의 실무진이 제시한 지표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여야만 인정을 받는 구조다.

이미 영업본부에서 실제로 거둬들일 수 있는 실적보다 높여 목표치를 설정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요구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SK증권의 다수의 관계자들은 영업 조직의 어려움과 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실적 압박만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조직이 실적을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단 점에 동의하지만 조직원의 동기부여를 오히려 막는 상황"이라며 "재무 성과 지표 점수는 사실상 포기했다"고 밝혔다.

물론 SK증권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0년간 SK증권을 이끌던 인물인 김신 전 대표이사가 직을 내려놓은 첫해에 해당해서다. 경영 승계 직후인 만큼 과거의 성과를 넘어 더 큰 성장을 이어갈 필요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소통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각 영업 본부에 맞춤형 대안을 함께 기획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 실적 압박만이 남은 현실인 탓이다. 이제 SK증권도 증권가의 공무원 조직이란 '오명'을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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