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임종윤 넥스트 한미약품]모친 해임한 임종훈 대표 첫 일성 "단독체제로 경영속도"4월 인사 파동 후 송영숙 회장 해임 결심, 임종윤 사장 지지 여전
김형석 기자공개 2024-05-14 17:02:3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모친 송영숙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 임종훈 대표이사가 첫 일성으로 "경영 속도감" 얘기를 꺼냈다. 송 회장의 해임 사유를 얘기하진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속도감 있게 경영하겠다는 한마디로 그간의 갈등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한 달여간 유지됐던 공동 대표이사체제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던 셈이다.◇경영 속도 강조한 임종훈…공동경영체제 1달만에 뒤짚어
임종훈 대표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오후 2시 반께 기자들과 만나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며 "앞으로 경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추진중인 투자유치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임종훈 대표는 현재 유력 큰손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오전 10시 이사회를 열고 송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의결했다. 이사회에는 임종훈 대표와 송 회장 등 9명 이사회 멤버가 모두 참석했다. 임종윤 사장은 개인 사정으로 비대면으로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한미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사회 구성 상 임종윤·종훈 측 인사들의 경우 모두 송 회장의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9명의 구성원 중 두 형제 측 인물은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봉관 사외이사 등 총 5명이다.
임종훈 대표가 송 회장 해임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경영의 속도'를 키워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간의 갈등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달 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과 임종훈 대표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표대결에서 경영권을 쥔 임종윤·종훈 형제가 송 회장의 대표직을 인정하며 '화합'을 얘기했다.
공동경영체제는 두 명의 대표가 모두 동의해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누구 한 명의 독단 행보를 저지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족 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갈등을 겪는 경우라면 사실상 어떤 의사결정도 내릴 수 없는 식물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두 형제가 공동경영체제를 선택한 건 향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지분까지 공동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공동경영을 통해 결정한 사안인 만큼 투자자로부터 신뢰 확보도 수월하다.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쥐어도 모녀를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도 반영됐다. 연대납부 제도로 묶인 상속세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고 PE에 과반 지분을 매각하려 해도 모녀의 지분이 필요했다.
◇송 회장 비토 가능성 우려…투자유치 걸림돌 우려도
하지만 공동경영체제는 처음부터 삐걱였다. 첫 불협화음은 3월 주총 다음날부터였다. 송 회장은 3월2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세지가 문제였다.
당시 송 회장은 "다수의 새 이사진이 합류할 예정이서 임직원 여러분이 다소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취지는 화합을 강조했지만 두 형제 측에선 이 같은 메시지에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을 확보한 두 형제를 그룹의 혼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몰았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가족회의를 통해 갈등은 잠재울 수 있었지만 지난 달에는 곧바로 인사 파동이 발생했다. 한미사이언스 이름으로 지난달 15일 인사를 냈다. 당시 인사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을 한미약품 R&D센터 글로벌사업본부 총괄로 선임하는 내용이 골자다. 임주현 부회장은 송 회장과 같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핵심 인물이자 오너가 장녀다.
하지만 해당 인사는 10일 만에 철회됐다.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사전 결재 및 사후 승인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오너일가 간 사전 합의 없이 인사를 낸 것이 문제였다고 해석했다.
경영권을 쥔 임종윤·종훈 형제 입장에선 가장 시급한 건 돈이다. 웃돈을 주고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등을 마련해야 한다. PE 등에 지분을 매각하려면 과반 이상이 필요하다.
서로간의 합의도 필요하지만 이사회에서 이 같은 안건들이 통과돼야만 한다. 한 달여간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동안 두 형제와 송 회장은 지분 매각과 자금조달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론 지분 매각가격이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PE에 지분 매각하는 걸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PE 측에 적극 타진하고 있다. 특히 현 시세대비 두배가량 웃돈을 주고 파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 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두 형제와 송 회장 간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 회장과 매각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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