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는 지금]악사손보, 매각설 딛고 장기인보험 '드라이브' 지속⑫장기보험 비중 최초 20% 돌파…다이렉트보험 전문가로 CEO 교체
강용규 기자공개 2024-05-27 13:11:53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는 한국 보험시장의 한축이다. 적지 않은 점유율로 소비자의 보험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도 수행한다. 최근 한국 보험시장의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외국계 보험사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크다. 사별로 본사의 사업 지속 의지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보험사의 경영 현안과 전략을 살펴보고 이들의 앞날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XA손해보험(악사손보)은 2000년 설립된 국내 최초 온라인보험사 한국자동차보험이 모태다. 2001년 교보생명에 매각됐다가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으로 다시 주인이 바뀌며 외국계 보험사가 됐다. 이후 교보생명이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악사손보 재인수를 수 차례 추진해 왔으나 현재는 매각설이 잦아든 상태다.자동차보험의 낮은 수익성과 심화하는 시장의 경쟁구도가 맞물리면서 악사손보는 장기인보험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는 체질개선을 추진 중이다.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잇따른 매각설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다잡고 올해 체질개선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자보 손실 만회한 장기보험 비중확대 성과
악사손보는 2023년 순이익 174억원을 내 전년도 38억원 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수치상으로 흑자를 견인한 것은 손익이 24억원에서 177억원으로 증가한 투자부문이지만 업계에서는 23억원에서 58억원으로 늘어난 보험부문에 더욱 시선을 집중한다.
모태 사명 한국자동차보험에서 알 수 있듯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이 주력사업이다. 이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보험사로서 현재도 TM(텔레마케팅)과 CM(사이버마케팅)채널에 의존하는 다이렉트 보험사로서의 사업구조에 기인한다. 약관이 복잡하지 않고 표준화된 상품인 자동차보험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에서 마이너스(-) 5억원의 손익을 기록하며 2022년 24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손해율은 89.7%에서 89.1%로 낮아졌으나 마케팅을 위한 사업비율이 늘어난 탓이다. 주력사업의 수익성 악화에도 보험손익이 늘어난 것은 그간 추진해 온 체질개선, 즉 장기보험 비중 확대의 성과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당국의 통제를 강력하게 받아 수익성이 높지 않다. 게다가 약관이 표준화돼 있어 보험사의 상품 개발 여지가 많지 않은 만큼 규모의 경제가 손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이 시장에서 악사손보의 위치는 점유율 3%대의 소형사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빅4'가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신생 캐롯손해보험의 성장세가 가팔라 악사손보가 사업을 확대할 여지도 많지 않다.
대신 악사손보가 새롭게 집중하는 분야가 바로 장기인보험이다. 자동차보험과 연계한 장기 운전자보험이나 건강보험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2013년 5%에도 미치지 못했던 장기인보험의 비중은 지난해 말 22.2%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이와 같은 체질개선이 지난해 빛을 본 셈이다.
◇교보생명 재인수 시도 잇따라 무산…대표이사 교체로 매각 '쉼표'
악사손보는 2020년대 들어 교보생명으로의 재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동시에 디지털 보험 강화를 노리는 교보생명이 다이렉트 보험사인 악사손보를 다시 품기를 원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교보생명은 2020년과 2021년, 2023년 3차례 악사손보 인수를 타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악사그룹 측에서 공식적으로 악사손보의 매각을 선언한 일은 없었다. 다만 매각 의사가 없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기욤 미라보 악사손보 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였다.
잇따른 매각 시도가 무산되자 악사그룹도 악사손보를 당장 매각하기보다는 체질개선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 악사그룹은 한스 브랑켄 악사인터내셔널마켓 이사를 악사손보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브랑켄 내정자는 6월부로 악사손보 대표에 부임할 예정이다. 미라보 현 대표는 임기 만료를 9개월가량 앞두고 조기에 물러난다.
브랑켄 내정자는 악사그룹 산하 다이렉트 보험사인 벨기에 유주(YUZZU)와 악사 다이렉트 재팬 등에서 CEO를 역임한 다이렉트 보험 분야의 전문가다. 그가 악사손보의 지휘권을 잡은 만큼 다이렉트 보험사에 적합한 장기보험 상품 발굴과 영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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