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 미술 비즈니스 또는 컬렉터(수집가)로서 '아트(Art)'에 발을 들였다면 거기엔 뚜렷한 계기가 있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상당수 일반인들에겐 가까이 다가서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주변에 수많은 갤러리가 있지만 그 갤러리의 문을 열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그럼에도 비전공자가 예술품에 빠졌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예술품에는 누군가를 사로잡는 분명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미술업계를 취재하며 만난 많은 컬렉터와 애호가들은 대부분 이같은 '사로잡힘'의 계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을 사로잡은 예술의 힘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림 한 점이 왜 자신에게 그토록 좋게 다가왔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이성적인 논리로는 불가능하다. '그냥' '왠지 모르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식이다. 그렇게 끌린 그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의 취향이 모두 다른만큼 이들을 사로잡은 작품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었다.
회사법을 다루다 예술법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한 변호사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지고지순한 이미지를 뒤엎고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또 모네의 수련 그림으로 가득 찬 미술관에 들어갔을 때 자신이 연못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또다른 컬렉터는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소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볼품없어 보였던 그 소의 눈매가 선한 사람의 눈이었다고 얘기했다. 또다른 한 노년의 컬렉터는 갤러리에서 무심코 본 베니스의 풍경이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수집가는 자신이 어린시절 자라온 자연의 풍경이 담긴 듯한 그림에 매료됐다고 했다. 또다른 이는 그림에 담긴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그림 한 점에 스며든 시대상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작가의 방대한 작업 세계가 응축된 작품이 주는 통찰력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듯 그림과 교감을 느끼는 순간은 사적인 영역이다.
누군가를 사로잡은 예술품은 그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이렇게 작품을 보고 또 구매하는 것은 미술품의 향유 그 자체다. 투자도 예술품 소비의 여러 방식 중 하나일 수 있으나 이렇게 그 자체로도 가치가 되는 미술품 소비 방식도 큰 축을 차지한다.
여러 지표들이 미술시장의 침체기를 가리키는 요즘이다. 그래서 더 미술품 본연의 가치가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잠잠히 예술품 한점의 가치에 주목할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에스알, 글로벌 OSAT 앰코에 칠러 납품한다
- [IPO 모니터]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IR 직접 등판하나
- [i-point]메타약품,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참가 성료
- [i-point]디펜스코리아, 폴란드 로봇개발사 피아프 파트너십
- '크레딧 부담' 롯데지주, 사모 영구채 '또' 찍는다
- [thebell note]황금알 낳는 거위와 한양증권
- [thebell note]IPO 심사권한 '줄다리기'
- [IPO 모니터]수년째 흑자 행진 '벡트', 넉달만에 코스닥 예심 승인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진정한 위너 메리츠? 우량 등급 사모채, 고금리 확정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NH증권, 뜻밖의 이익? 이자 50억 더 번다
서은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미술시장과 '팬심'의 상관관계
- 투게더아트, 필립스서 산 이우환 작품 '증권발행 추진'
- [Auction Story]78억짜리 푸른점화, 경매사 매출은 어떻게 인식할까
- 서울옥션블루, 은행권 PB 협업...고액자산가 미술품 수요 공략
- [Art Fair Story]프리즈런던&마스터스, 국내 8개 갤러리 참여 예고
- '더프리뷰 성수' 만든 신한카드, 금융과 아트의 시너지
- [Art Price Index]'아야코록카쿠·앤디워홀' 해외작 중심 경합 치열
- 서울옥션블루, 2호 투자계약증권 기초자산 변경 준비
- [Art Fair Story]80개 웃도는 국산 아트페어…옥석가리기 필요할까
- 청와대 소장했던 그림에는 무엇이 담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