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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C 55층 vs 105층]'105층 랜드마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②'아버지 숙원보다 실리' 택한 리더십…바뀐 입지, 폭 넓어진 투자처

허인혜 기자공개 2024-06-21 09:34:18

[편집자주]

한쪽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한쪽은 쓸모와 상징성이 모두 반영된 건물을 바란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의 이야기다. 105층 건물 1개동과 55층 건물 2개동으로 입장이 갈리며 외형부터 공사비용, 효율성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마천루와 쌍둥이 빌딩, 두 설계도는 왜 평행선을 달리게 됐을까. 건축 계획의 차이와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건립 히스토리, 각자의 주장 등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랜드마크 포부는 현대차그룹이 먼저 꺼냈다. 프로젝트가 너무 길어진 게 문제였다. 처음으로 개발 계획을 세운 때가 약 20년 전인 2006년이다. 옛 한전부지를 인수한 2014년부터 세어도 10년의 세월이다. 행정절차가 길었다.

10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꿨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입지는 상향됐다.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프로젝트가 세월을 보내는 동안 '랜드마크'에 필적할 기록들을 만들었다. 초고층빌딩을 꿈처럼 선호하던 과거와 경험이 쌓인 지금의 인식도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넘어선 모빌리티 기업이 됐다. 연구개발(R&D) 영역이 넓어진 만큼 전폭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리더십이 변화했다.

◇10년 전 랜드마크 꿈꿨던 이유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16년 GBC 부지를 방문해 애정을 드러냈다. 안팎에서 초고층 빌딩과 부지 매입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정 명예회장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첫 목표는 더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현 부지 이전에 서울 뚝섬에 GBC를 세울 계획이었는데 해당 개발제안에는 110층 건물을 짓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2016년 GBC 현장에 방문한 정몽구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그룹의 덩치가 커지며 서울 양재동 사옥이 계열사들을 다 수용하지 못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또 다른 배경은 랜드마크 자체의 상징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입장을 보면 문화적 부가가치와 브랜드 향상, 폭스바겐 본사인 '아우토슈타트'를 벤치마킹한 자동차 랜드마크 등이 거론됐다. 2014년 영국의 브랜드컨설팅 업체가 평가한 현대차그룹과 기아의 순위는 현대차그룹은 52위, 기아차는 241위였다. 아직 경쟁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었다.

지금 입지는 어떨까. 글로벌 판매 순위는 빅3에 든다. 미래차인 전기차 판매량은 세계 톱4 수준이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다음으로 꼽힌다. 105층의 랜드마크로 부상시켜야할 브랜드 가치는 넘어섰다는 평가다.

◇비싼 땅값 실망하고 낮아진 층 반긴 투자자들

손해를 볼 줄 알면서도 십수년 전의 꿈을 유지해야 할까. 기업으로서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결정을 하려면 투자자를 설득할 명분이 매우 확실해야 한다. 주가 반응으로만 본다면 현대차그룹의 높이 재검토를 반긴 건 투자자들이다. 반대로 부동산 매입에 10조원을 썼던 2014년에는 주가가 고꾸라졌다.

정 명예회장은 2014년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옛 한전부지를 샀다. 이 땅의 장부가액은 약 2조원, 감정가는 약 3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시장이 전망했던 입찰가는 4조원이었는데 이마저도 두배를 넘겼다. 출자에 나선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모두 주가가 하락했고 현대차는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임원은 현대차그룹의 GBC 부지 매입 비용을 두고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인식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미래가치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래가치에 대한 것은 건립 후 따져봐야 하지만 일단 당시 투자자들이 현대차그룹의 결정에 실망해 떠났다는 이야기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2018~2019년 GBC와 관련해 주주가치 훼손 논리를 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GBC 층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라는 소식이 알려진 때는 2020년 이후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부지 매입 이전을 회복하고 그보다 더 올랐다. 층수 변경만이 주가 상승요인은 아니지만 증권가에서는 설계 재검토도 배경 중 하나라고 봤다.

◇리더십 바뀐 현대차그룹, '상징보다 실리' 결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했다. 현대차그룹이 GBC 층수를 다시 고민한 때와 같다. 정 회장에게 자주 붙는 수식어는 '실리의 리더십'이다. 결국 달라진 리더십이 GBC의 높이에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05층 빌딩 1동을 짓는 데 55층 빌딩 2개동을 세우는 것보다 약 2배의 자금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추정 공사비는 5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원안대로라면 땅 사는 데 10조원, 공사비에 5조원을 들이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GBC 외에도 투자할 곳이 적잖다. 현대차와 기아 각각 수십조원의 미래 모빌리티 투자 계획을 세워뒀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는 최근 1년사이 약 5조원의 미래 투자를 예고했다. 현대차그룹도 초고층 계획 변경으로 절감한 비용은 미래 기술 적용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GBC 조감도를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 거점을 만들겠다고 했다. 친환경과 자율주행, 로보틱스, 목적기반차량(PBV),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담긴 업무시설로 건설한다. 층을 낮추는 대신 미래 기술을 한 데 모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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