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심사조직 집중해부]'뛰는' 거래소, '나는' 첨단산업…심사역량 정체 해법없나⑥무작위 배정 대신 업종별 전문팀 육성…'순환보직' 탓 효과 의문
윤진현 기자공개 2024-06-26 13:58:25
[편집자주]
거래소의 꽃'으로도 불리는 상장심사부. 때론 모험자본 상장촉진을 위한 개척자가 되기도 했다가, 자격 미달 기업들의 시장 입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포청천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IPO 허들을 넘으려는 자들에겐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상장심사 키맨 변화, 심사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벨은 거래소의 상장심사 조직의 대내외 위상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 조직 변천사, 주요 키맨 이동 현황 등을 다각도에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6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래소 상장심사의 전문성은 해묵은 과제로 꼽힌다. 산업구조는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심사 체계는 전과 다르지 않은 탓이다. 기술평가 제도 도입 19년차에 접어들었으나 각양각색의 기업을 동시에 마주하는 심사진이 전문성을 쌓는데 제약이 컸다.거래소가 꺼낸 해법은 업종별 전문 심사팀 육성이다. 손이 남는 팀에 무작위로 딜을 배정하던 관행부터 개선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단 방침이다. 그간 심사 정체 가능성으로 인해 업종 구분을 진행하지 않았으나, 심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IB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산업별 전문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점엔 이견이 없다. 다만 순환 보직 제도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공존한다. 산업 내 다양성이 커, 전문성을 기르기에 2년이 다소 짧은 시간이란 지적이다.
◇'무작위' 딜 배정 방식 개선…업종별 심사 조직 구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5일 거래소가 증권사 IPO 헤드를 소집해 간담회를 개최한다. IB들과 제도 관련 논의를 지속하기 위함인데 유력 안건으로는 기술평가 제도 관련 개편이 떠올랐다.
거래소가 올 하반기부터 심사 체계 개편에 나서고자 준비 중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심사하는 기술기업상장부 소속 3개 팀을 업종에 따라 나누는 개편에 해당한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1팀, 첨단 산업은 2팀, 소재·부품·장비 업종은 3팀이 심사를 전담하는 구조다.
그간 거래소는 부서와 업종 구분 없이 순서대로 담당 기업을 배정했다. 심사 청구 기업들이 크게 늘면서 부서 분할 시 심사 정체 우려가 컸다. 결국 기술기업상장부가 아닌 일반상장부에도 기술특례 상장 심사 딜이 배정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무작위 배정으로 손이 남는 팀에 딜을 배정하는 게 현실이었던 셈이다.
이는 거래소가 기술기업심사부를 신설한 취지와 배치되는 모습이다. 2015년 거래소가 기술기업심사부를 신설한 건 코스닥 특례 상장 제도의 첫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거래소는 2005년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가 기술성 평가제도와 함께 신설됐으나 활성화되지 않자 심사 조직을 분할했다.
기업들이 보다 빠르고, 전문적으로 기술 특례 트랙을 밟을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그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코스닥 기술성장기업의 상장 건수는 2014년까지만 해도 2건에 불과했으나, 2015년 12건으로 급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거래소는 산업 특성에 맞춰 새로운 특례 트랙을 도입하기도 했다. 2019년 소부장 특례 트랙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초격차 특례를 신설했다. 즉 특례 상장도 업종별 분화 흐름을 보였다. 결국 지난해 기술성장기업 35곳이 상장하는 기록을 냈다. 역대 최대 기록인 2021년(31곳)보다 4곳이 늘었다.
바이오 기업으로 한정되던 과거와 달리 산업군이 보다 다양화한데다, 심사 건수가 늘자 거래소 심사 체계도 변화를 택해야 했다. 거래소는 무작위 배정 방식이 아닌 업종별 배정 방식을 통한 전문성 제고에 힘을 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 상장심사의 취지는 물론 업무 효율성을 고려하면 무작위 배정이 아닌 특화 업종을 지정해 심사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모였다“며 “심사역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게 되고, 심사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계획이 알려지자 IB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산업별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점엔 이견이 없었다. IB들은 그간 사업군 특성과 기업의 차별점 등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역이 다양한 기업을 심사하기에 기업과 관련 산업에 대한 소개가 심사의 첫 단추로 여겨졌다. 만일 심사 특화 업종이 정해지면 이 과정이 보다 간결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심사 일관성으로 인해 전문성이 제고되는 시스템이라고 짚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술기업심사부를 분할했던 취지와 달리 일반상장부에서 특례 기업 심사를 받으면서 예비상장사의 산업군 설명에 공을 들여야했다"며 "산업별 전문성이 제고되는 개편 방향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의 순환보직 방침으로 인한 의문부호도 따른다. 거래소는 2년 주기로 순환 보직을 진행하고 있다. 업종별 전문성을 기르는 개편안이 안착을 하기 위해선 심사 경력과 업종 이해도 등이 보장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바이오, 첨단산업, 소부장 등 각 산업도 워낙 다양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어, 전문성을 기르기엔 2년의 기간이 다소 짧다는 의미다. 심사 업무를 맡은 담당 심사역이 교체되면 업무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 순환 보직으로 인해 IPO 기업이 가진 기술성이나 시장 전망에 대한 심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오랜 기간 제기됐다.
단순히 업종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업종별 전문 심사역을 양성하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의견이 주를 이룬다. IB 업계 관계자는 "업종별 심사 지침이 효과가 있으려면 해당 심사팀의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후여야만 한다"며 "2년마다 순환 보직이 이뤄지는 현재의 인사 시스템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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