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렉스는 지금]유틸렉스, '살길은 변화뿐' 리더십부터 R&D까지 싹 바꿨다①기술이전도 파이프라인 성과도 전무, 유연호 대표 영입 후 변화 가속화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01 09:06:12
[편집자주]
EU(새로운) TI(면역치료) LEX(방법). '면역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사명과 함께 2015년 출범한 유틸렉스. 1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생사의 기로에 선 유틸렉스가 택한 방법은 '고강도 쇄신'이다. 리더십 재정비 및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유틸렉스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더벨은 달라진 전략을 따라가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몸속 고유 면역 기능을 활용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면. 미국 머크(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 성공 이후 면역항암제는 암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유틸렉스는 일찍이 관련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바이오텍이다. 올해로 업력 10년차에 접어들었다.하지만 처음 기대와 달리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2018년 상장 이래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은 단 한 건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작년을 기점으로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도 끝났다. 뼈를 깎는 수준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선언한 배경이다.
◇기대보다 낮은 성과…기술수출 0건, 특례만료도 임박
유틸렉스 역사는 창업자 권병세 대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40년 이상 면역학 한 우물을 판 권 대표는 4-1BB, AITR 등 세계 최초로 다수 면역관문활성물질을 발견한 인물이다. 창업 시기 '세계적인 면역학 석학이 만든 바이오텍'으로 화제를 모았고 설립 3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쾌거도 이뤘다.
당시 비전은 '면역관문활성제'였다. 키트루다가 면역세포의 면역반응을 방해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면 유틸렉스 파이프라인은 면역세포의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수용체를 자극하는 원리였다. 기존 T세포 치료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CAR-T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가장 '핫'한 기술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기대만큼 성과가 좋진 못했다. 설립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이른 시일 내 상용화를 기대할 만한 후보물질은 보이지 않는다. 2018년 상장 이후 기술수출 계약도 부재하다. 여러 파이프라인 동시 가동 전략은 리스크 헤지 측면에서 긍정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모든 파이프라인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례 기간 만료였다.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 종료 시점은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한 지 5년이 되는 작년 말이었다. 이제부터 연간 별도기준 매출 3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이후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상장폐지되는 수순이다. 유틸렉스의 별도기준 지난해 매출은 5억원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위기 순간 유틸렉스는 결단을 내렸다. 고강도 쇄신. 대대적인 체질개선 없이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리더십정비 후 체질개선 가속화, R&D·재무환경 '전부' 개편
변신에 나선 유틸렉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더십 재정비다. 작년 초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련했다. PwC컨설팅 파트너, IBM 글로벌 제조업 부문 전 세계 총괄리더, 삼성SDS 부사장 등을 역임한 유연호 사장을 영입하고 공동대표이사로 올렸다. 연구개발(R&D)은 창업주인 권 대표가, 이외 경영전반은 유 대표가 맡는 형태로 이원화했다.
유 대표는 취임 후 R&D 조직부터 손봤다. 효율적인 인력 운용은 바이오기업의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 하에 조직 구성을 전부 바꾸는 강수를 뒀다.
핵심 과제를 △항체 사업 △세포유전자(CGT) 사업 △신약연구로 설정한 뒤 이에 맞게 인력을 재배치했다. 연구소장 직책을 없애고 각 사업부 부문장이 연구소장 역할을 대체하는 구조다.
R&D에만 매진할 수 있는 재무 환경도 구축했다. 최근 정보기술(IT) 업체 아이앤시스템 흡수합병을 마무리하면서다. 아이앤시스템은 국민건강보험공단, LG화학, LG CNS 등 정부기관과 대기업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곳으로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도 바이오사업과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전략이었다.
유휴자산을 이용해 비임상 임상수탁(CRO) 사업을 시작한 것도 묘수였다. 유틸렉스는 기업공개(IPO) 당시 모은 자금을 비임상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만드는 데 대부분 투입했다. 예상보다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이 더딘 속도로 진행되면서 놀고 있는 시설이 생겼다. 현재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 기존 시설을 이용한 CRO 사업으로만 2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전략을 새로 짜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고 작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이후 R&D, 재무구조 등에서 굵직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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