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바이오시밀러 '지각변동']프레스티지그룹 밸류체인 강점, 경쟁도 협업도 열려있다항암신약 지탱할 시밀러, EMA 문턱 넘는 트랙레코드 'CDMO 마케팅' 강점
최은수 기자공개 2024-07-15 08:14:36
[편집자주]
많은 산업이 그렇듯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모방에서 탄생했다. 바이오 신약개발 성과에 앞서 바이오시밀러의 부흥이 먼저 있었다.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한 시밀러는 개발도 용이할 뿐 아니라 사회적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체제로 환영받는다. 제약사바이오 입장에선 신약개발에 본격 뛰어들기 전 중간 도약대로도 활용한다. 최근 주요국에서 시밀러 허가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움직임까지 추진되면서 시장 판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레스티지그룹은 항암 혁신신약을 메인으로 내세우지만 오랜 R&D 시간을 지탱해 줄 캐시카우 전략으로 '바이오 시밀러'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 건 프레스티지그룹 입장에선 호재가 된다.특히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부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사업까지 밸류체인을 완성하면서 '엔드 투 엔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의 플레이어가 되는 건 물론 경쟁자를 CDMO 고객사로 흡수하는 투트랙 전략을 편다.
◇췌장암 혁신신약 출시 공백 지탱할 무기 '바이오시밀러'
프레스티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특정 단백질 'PAUF' 발현과 암의 연관고리를 통해 난치암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게 주력 사업이다. 현재 PAUF를 타깃하는 췌장암 신약 후보물질 'PBP1510'이 본임상에 올라 있고 별도 '췌장암 조기진단' 영역을 개척 중이다.
그룹의 야심작 PBP1510은 아직 초기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 시장은 아직 유효한 치료 옵션이 자리잡지 못한 영역이지만 희귀암치료제 지위를 인정받아 FDA 가속승인 절차를 밟으려면 3년 이상의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개발과 수익 창출의 공백을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바이오시밀러에서 캐시카우 전략을 노리고 있다. 2021년 상장 과정에서 PBP1510의 개발에 따른 수익 공백을 메울 키워드로 바이오시밀러로 꼽은 후 역량을 쏟았다.
가장 진척이 빠른 파이프라인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HD201이다. 당초 출시 일정보다 3년가량 늦어졌지만 재도전을 거쳐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진행 단계는 인허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국내 주자 가운데서 적잖은 수가 EMA가 주관하는 유럽 시장 도전을 선언했지만 시밀러 양대산맥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상업화 성과는 없다.
◇인허가 전담팀 꾸리며 동향 파악, "문턱 낮아져도 시장 '매력적'"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은 앞선 양대산맥 이외 EMA 규정과 절차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로 손꼽힌다. 싱가포르 현지에 전 세계 임상 관련 정보 및 인허가 당국의 기조와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전담 팀을 운영한 결과다. 국내 시장에서 EMA를 비롯한 인허가 기관의 규제 변화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한 곳도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이다.
규제가 완화된다는 건 프레스티지그룹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임상 문턱이 낮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경쟁사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프레스티지그룹은 기존 전략대로 HD201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이 도전에만 성공하면 그룹의 밸류체인이 여러모로 쓰임이 생기는 효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보면 3위 즉 후발주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문턱은 높고 '바이오시밀러'만이 국내에서 먼저 태동한 '특수상황'을 고려하면 후발주자라는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제는 빅바이오텍으로 성장한 셀트리온과 삼성의 신수종사업을 책임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처음 시장 문을 열 때만 해도 '바이오시밀러는 쉽다'는 인식이 시장에 있었다. 그러나 시장 개발 주자가 30여개로 늘어날 때까지 다른 국내 기업은 EMA 마지막 문턱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시장 개화는 10년이 넘었지만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 플레이어는 고작 30곳에 불과하다. 이들이 당장 40조원의 시장을 안분하고 있다. 문턱이 낮아지면 5년 뒤인 2029년에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포화나 과밀을 이야기하기엔 여전히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게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의 입장이다. 각 기업들이 타깃하는 의약품과 적응증이 천차만별인 걸 고려하면 개발 및 인허가 문턱을 낮춘다 해도 시장은 포화보다는 성장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규제 완화에도 '정공법' 선언에 담긴 'CDMO 드라이브' 노림수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은 굳이 EMA의 임상 간소화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규제 완화 이전 '정공법'으로 절차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먼저 후발주자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바이오벤처가 '세계 30위권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됐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면 그룹 안에서 소화하고 있는 CDMO 역량도 한층 부각될 수 있다고도 본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반중국 정서와 시장 변화에 맞춰 세계 CDMO 시장의 수주를 노리고 있다. 또 가장 높은 바이오시밀러 인허가 허들을 넘어봤다는 트랙레코드만 따내도 마케팅에서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사들이 오히려 CDMO 위탁 고객사가 되는 셈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충북 오송에 총 15만4000리터의 생산 캐파를 갖췄다. 올해 초 셀트리온의 임상물질에 대한 위탁생산계약을 맺으며 외부 수주를 시작한 상태다. 인증 단계가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EU GMP급인 점에 주목된다.
EMA의 규제 완화가 되면 '싱글 유즈 바이오리액터' 기법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CDMO 기업은 하나의 시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멀티유즈 기법을 쓴다.
다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흐름이 대량 생산에서 유사성 입증으로 바뀌고 있는 게 포인트다. 위탁자 입장에서 대량 계약을 전제하는 멀티유즈는 가성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그룹의 헤드쿼터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 전반을 담당하고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CDMO를 맡으면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의 처음과 끝을 그룹 안에서 소화하는 '엔드 투 엔드 밸류체인'은 이미 완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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