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미술품 공동구매 제도권 편입, 3사의 선점 전략은①열매컴퍼니·투게더아트·서울옥션블루, 가치평가·리스크·수익률 등 데이터 공개
서은내 기자공개 2024-07-22 13:23:05
[편집자주]
미술품의 공동구매, 즉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하의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치화된 미술품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이름의 미술품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더벨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주요 3사들의 핵심 노하우와 기초자산 평가 방식, 투자 리스크와 실적 등에 대해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후로 총 6건의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발행을 완료했다.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은 조각투자사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심사를 거쳐 최초의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열매컴퍼니가 최초 발행한 증권을 시작으로 투게더아트, 서울옥션블루가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금융감독원과의 소통을 거쳐 최종 심사를 통과한 증권신고서들을 보면 국내외 미술 시장과 관련된 의미있는 데이터들과 정보를 엿볼 수 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의 기초가 되는 미술품 자산은 그동안 가격에 대한 정보나 가치 평가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해왔다.
◇ 증권 수 비례한 소유권, 매각 전 투자금 회수 불가능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기초자산인 하나의 미술품에 대해 다수의 투자자들이 각자 취득한 증권 수에 비례하는 비율로 소유권을 갖게되는 증권이다. 증권을 발행하는 주체는 미술품을 매입, 매각하는 사업의 주체가 된다. 이 발행사는 증권 발행의 기초자산인 미술품을 특정 시점에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게 된다.
과거에도 이같은 미술품 '공동구매' 사업체들이 조각투자 회사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일반 대중이 소유하기 어려운 고가의 미술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개념은 동일하다. 다만 이러한 투자상품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은 자본시장법 상의 증권으로서 인정받지는 못했으며 투자자보호에 있어서도 취약했다.
이에 비해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주식이나 채권 발행 절차와 비슷하게 발행사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해 발행되는 가이드를 따르게 된다. 증권신고서에는 미술품 매입 매각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발행가와 관련된 가치평가, 조각투자사 자체의 경영진, 주주 등의 정보가 담긴다.
신고서가 승인을 통과해 효력이 발생하면 조각투자사 즉 발행사는 일반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청약을 받고 최종적으로 증권을 배정함으로써 증권 발행이 완료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발행사는 청약 고객들의 계좌관리를 지원하는 증권사를 둘 수 있게 돼있다. 이 지점이 일반적인 기업의 주식 발행과는 다른 점이다.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은 증권사가 발행이나 인수를 주관하지만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이런 증권사의 역할은 없다. 투자자들은 각 조각투자사의 웹사이트 또는 앱에 접속해 청약을 한다. 발행의 일은 모두 조각투자사가 담당하며 증권의 실권이 발생하면 전부 해당 발행사가 인수하도록 돼있다.
무엇보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일반적인 주식과 다른 가장 큰 부분은 발행 이후 유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주식과 달리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사가 수년 후 기초자산을 매각, 수익을 실현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제도화된 거래시장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열매컴퍼니·투게더아트·서울옥션블루 초기 시장 도전장
현재 금감원에서 승인을 받은 조각투자사 중 적극적으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해나가는 회사는 세 곳이다. 그 중 가장 먼저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을 시작한 곳이 2016년 설립된 열매컴퍼니다. 또 2018년 설립된 투게더아트가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옥션블루는 설립시기는 2016년이나 조각투자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로 본다.
그동안 열매컴퍼니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2건을, 투게더아트는 3건, 서울옥션블루는 1건을 발행했다. 미술품 조각투자사로서 금감원의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또다른 업체로 테사가 있으나 테사는 실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력은 없다. 첫걸음으로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의 도전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감독원과 소통하며 지침을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과 증권 발행의 초기 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발행사들은 감독원과의 소통을 통해 신고서를 수정해나가며 시장 사업자로서 구색과 투자자 보호체계를 갖춰가는 것은 중요한 지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미술시장과 관련된 거래 정보나 수익률 등의 수치, 분석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아직 출발 단계이긴 하나 조각투자사들의 사업이 제도권으로 흡수되면서 상당한 양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거래 정보의 투명화 측면에서도 이는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이들의 신고서를 보면 미술품 가치평가 모델, 기초자산 선정 방식, 청약 등 발행의 구체적인 과정, 투자상품의 리스크, 수익실현 기간, 조각투자회사의 매입 매각 네트워크, 과거 거래 수익률 이력 등이 기록돼 있다. 각 회사별로 차이점이 갈리는 부분도 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미술품 거래가 주요 채널인 갤러리와 컬렉터, 갤러리들 간 거래에만 그쳐 공개되는 부분이 많지 않았으나 증권화된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자본시장에서 통용가능한 방법으로 거래가 체계화, 데이터화됨으로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투명한 가치평가를 확립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 시장 확보가 관건, 증권 전자등록은 시행 앞둬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미술품 증권이 충분한 유동성을 가지고 거래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얘기한다. 발행이 꾸준히 이뤄지고는 있으나 해당 증권이 거래될 유통시장이 없다는 점이 분명한 한계다. 발행사가 기초자산을 매각하기 전까지는 수익을 실현시킬 수 없는 구조다.
주식 거래처럼 투자계약증권도 유동성을 띤 형태로 거래돼야 지속 가능성을 담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금융당국에 이같은 입장을 어필하고 있다. 아직까지 해당 거래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될 만한 당국차원의 계획이 나오진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에서 미술품, 한우 같은 투자계약증권 회사들에 대해 전자증권 등록 서비스를 조만간 시행하기로 했다"며 "향후 거래소 형태의 시장이 열린다고 할 때 전자등록은 선결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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