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CB 발행' 크림, 밸류 1조2000억 평가 지난해 알토스벤처스 대상 증자 때보다 몸값 15% 상승
이민우 기자공개 2024-08-02 09:20:1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와 스노우 산하 크림이 첫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기존 투자자인 미래에셋금융그룹에서 신규 출자에 나섰다. 크림은 이번 CB 발행으로 1조2000억원 수준 밸류를 인정받았다. 수혈한 자금은 최근 공격적으로 전개 중인 신사업 확장, 글로벌 공략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첫 CB 발행인 만큼 변화한 자금 조달 방식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간 크림은 유상증자, 관계사 차입 등으로 주로 활용했다. 최근 e커머스 시장 내 IPO 실패, 미정산 사태 등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투자 부담이 높아진 만큼 투자자 측 리스크를 낮춘 CB 발행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투자자 미래에셋금융그룹, 3호 펀드로 참여…신사업 확장 등 사용
30일 크림은 제1회차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CB 권면총액은 140억원으로 만기는 3년 후인 2027년 7월 30일로 설정됐다. 이자와 원금 모두 만기 일시 지급, 상환하는 방식으로 표면이자율 없이 만기이자율만 6.75%로 책정됐다.
CB 발행 대상은 미래에셋제트투자조합 3호다. 미래에셋투자조합은 미래에셋금융그룹에서 크림 투자를 위해 미래에셋캐피탈에서 조직한 펀드다. 이미 1호, 2호 투자를 통해 크림에 투자해왔으며 지난해 말 기준 총 1만7727주, 5.84% 지분을 보유 중이다.
크림은 이번 CB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 상당수를 신사업 투자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크림은 지난해 말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한 500억원 상당 자금을 수혈해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소다’ 인수에 보탰다. 소다 인수에는 총 976억원이 투입됐다.
크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구상, 진행 중인 여러 신사업과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기존에 보유한 서비스를 더 고도화하고 글로벌 확장 등도 생각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CB 발행에서 매겨진 크림 주식의 주당 가치는 386만4922원으로 알토스벤처스 유상증자 당시 매겨진 가치보다 15% 올랐다. 이에 따라 기존에 1조2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크림 밸류 역시 1조200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자금 조달 방식 변화, e커머스 시장 우려·투자 부담 고려했나
그간 크림은 유상증자, 네이버파이낸셜 등 관계사 자금 차입 등을 통해 주로 자금을 확보해왔다. 누적된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총 1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달성할 동안 단 한 번도 CB 발행을 선택한 적은 없었다.
크림 CB 발행엔 조만간 가속할 수익성 개선 작업 기대와 최근 e커머스 시장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CB는 유상증자와 달리 차입형태로 자금을 선 조달하고 차후 투자자 측에서 상환과 주식 전환 중 선택할 수 있다. 드래그얼롱 등 부수 조항보다도 투자자 측 리스크를 극도로 줄인 자본 조달 방식이다.
크림은 현재 국내 상당수 점유율을 확보하며 사업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보다 166%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수수료 인상 등으로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작업 등에 나서는 추세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 비용 투입을 통해 성장을 우선하는 ‘계획된 적자 전략’을 전개하면서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상태다. 최근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같은 유사 사태 발생 가능성은 네이버와 스노우 등을 모회사로 둔 크림에겐 거의 없다. 문제는 최근 여러 플랫폼의 연이은 IPO 실패와 티메프 사태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 낀 부정적 시선이다.
크림의 주력은 한정판, C2C 등 영역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e커머스 사업 자체에 대한 투자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크림의 성장성을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유상증자 방식보다 투자자에 더 안전한 CB 발행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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