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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재구매약정 도입은 수익 실현 위한 안전장치"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1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서은내 기자공개 2024-08-12 07:42:07

[편집자주]

미술품의 공동구매, 즉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하의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치화된 미술품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이름의 미술품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더벨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주요 3사들의 핵심 노하우와 기초자산 평가 방식, 투자 리스크와 실적 등에 대해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에서 열매컴퍼니가 보유한 최대 강점은 높은 회수율이다. 미술품 거래 과정에서 결제 방식을 효율화시켜 협상력을 키웠고, 좋은 가격에 매입하고 안전하게 매각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열매컴퍼니는 국내에서 최초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 조각투자회사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42)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사업화한 핵심적인 인물이면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정회계법인 애널리스트를 거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EMP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다. 이후 미술업계로 자리를 옮겨 간송미술관 감사로 재직했으며 2016년 열매컴퍼니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8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열매컴퍼니의 차별화 포인트로 높은 회수율을 꼽았다. 2018년 말부터 지금까지 전체 공동구매 투자건의 75% 가량이 회수됐다. 조각투자는 공동구매와 매각, 수익배분의 한 사이클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다.

수익 배분이 안정화되려면 미술품을 매각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미술품은 거래 유동성이 낮은 자산인만큼 매각의 불확실성이 조각투자 사업의 최대 약점이다. 열매컴퍼니는 매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구매약정을 도입했다.

재구매약정을 처음 도입해 구매한 작품은 이우환의 150호 '동풍'이었다. 해당 작품의 가격은 약 16억원으로 직전년 열매컴퍼니 매출액에 상당한 액수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한창 코로나로 거래가 어려운 시기였고 매각 부담이 커지자 풋옵션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재구매약정은 그림을 사오면서 향후 이 그림이 2년 이내에 매각되지 않을 경우 판매자가 10% 이익을 더해 그림을 되사가게 하는 내용이다. 거래 상대방 역시 그림 판매를 통한 자금 융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열매컴퍼니의 제안은 윈윈의 묘안이됐다는 설명이다.

열매컴퍼니의 공동구매 이력을 보면 수익률이 10%인 투자건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김 대표는 "매각이 지체돼 2년을 넘길 경우 취득가 대비 10% 이익을 받고 그림을 되팔수 있어 회수율을 안정화시킨 것"이라며 "같은 방식으로 여러차례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 미술품 신종 증권 발행의 난관 '매입처 다변화'

조각투자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증권화된 형태로 발행한 것이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다.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실행시키는 과정에서 고충도 많았다. 자본시장법 하에서 제도화된 형태로 증권을 발행하기까지 감독당국과 조율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1호 발행에서 난관을 겪은 지점은 가상계좌에 증거금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다른 조각투자사와 달리 열매컴퍼니는 증권사 계좌가 아닌 가상계좌 방식으로 청약을 받고있다. 증권사 계좌를 청약 계좌로 설정하면 조각투자에 있어서 투자자들의 탈락률이 높아진다는 게 열매컴퍼니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가상계좌 방식 하에서는 청약증거금을 받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결국 증거금은 포기하고 투자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고 1호 증권이 발행되면서 1800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높은 흥행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호 증권 통과에도 관문이 있었다. 3개월이 걸렸다. 어려움은 매입처를 확대하는 부분이었다. 김 대표는 "초기 감독당국에서는 기초자산인 미술품을 매입할 때 경매사로부터 낙찰받은 것으로 한정시키는 경향이 강했다"며 "옥션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안되기때문에 그렇게되면 향후 활발한 증권 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감독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처음으로 옥션이 아닌, 일반 화랑 법인으로부터 구매한 자산을 기초로 증권 발행을 성사시켰다. 지난 6월 이우환의 '다이얼로그'를 기초로 발행한 2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그 결과물이다.

◇ 하반기 동자산 기초로 300억 증권 발행, 내년 200억 미술품 증권 목표

여전히 투자계약증권 발행사업 안착을 위해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조각투자가 제도권에 편입된 후로 공동구매 투자자모집 사업은 크게 둔화된 상태다. 매출도 급감했다. 올해는 새 제도 정착에 주력했다면 내년부턴 미술품 증권으로 총 200억원 규모를 발행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 미술시장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최근 점차 매각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내년부터는 정상화될 것"이라 예측했다.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원자재를 기초로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3호 증권은 원자재를 기초로 할 발행할 것"이라며 "원자재는 가격 상하방이 크게 열려있어 예측 이익 또는 손실 폭이 크므로 손실률을 확정한 상품을 대중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열매컴퍼니는 LS전선과 협업하고 있으며 감독원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안에 동자산을 기초로 약 300억~5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열매컴퍼니는 올초 자금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신규 자산 확보를 위해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다만 현재 자금 조달 수요가 줄어든 상태다. 최근 미술품 매각이 가속화되며 연초 30억원 수준이던 현금 보유액이 100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회사가 예비유니콘 으로 선정돼 낮은 이율로 40억원 이상 대출도 가능해졌다.

김재욱 대표는 열매컴퍼니를 일컬어 미술금융 회사라고 소개한다. 김 대표는 "열매컴퍼니의 역할은 미술시장이 성장할 자금을 공급하는, 미술금융을 하는 것"이라며 "조각투자와 함께 미술품 담보대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술시장 성장에 필요한 산업화된 인프라, 자금을 통한 유동성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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