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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생명 '안정 뒤 변화' 공식 그대로 따랐다 조직 안정 최우선…이후엔 KB 출신 보내 시너지 모색

조은아 기자공개 2024-08-22 09:01:56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9일 10: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10년여 사이 KB금융이 인수한 곳으로는 2014년의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2015년의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2016년의 현대증권(KB투자증권과 합병 후 KB증권으로 재출범), 2020년의 푸르덴셜생명(KB생명보험과 합병 후 KB라이프생명으로 재출범) 등이 있다. 부지런히 인수합병(M&A) 시장을 두드리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인수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모든 기업의 공통 고민이다. 첫발은 대표이사 선임인데 KB금융은 확실한 기조를 세워두고 있다. 조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 조직 안정을 꾀한 다음 KB금융 측 인사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인수 전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 아닌 KB금융과의 시너지를 통해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푸르덴셜생명, '안정'을 최우선에 둔 대표 선임

가장 최근 KB금융의 새식구가 된 KB라이프생명 역시 기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를 마무리한 건 2020년 8월이었는데 예상을 깨고 KB금융 출신도, 푸르덴셜생명 현직 임원도 아닌 제3자 민기식 전 대표가 선택을 받았다.

그는 1991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해 2015년 부사장까지 지냈지만 당시 DGB생명 대표를 지내고 있었다. 친정으로 금의환향한 셈인데 그 배경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쇄신이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KB금융 출신을 대표로 보내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들의 자부심이 매우 강해 외부 출신이 대표로 오면 자칫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에게 부여된 역할도 명확했다. 그룹 편입 이후 있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시기 KB금융을 이끌던 윤종규 전 회장은 보험을 잘 아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이사진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 전 대표는 통합법인 출범 뒤에는 KB금융 출신에게 자리를 내줬다. 2023년 1월 KB라이프생명이 출범할 당시 민 전 대표와 KB생명보험을 이끌던 이환주 대표 가운데 누가 대표에 오를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였는데 결과는 이환주 대표였다.

인수 초반엔 내부 구성원의 반발을 줄일 만한 인물을 대표로 선임하고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되고 KB금융의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내부 출신을 선임하는 기존의 관례가 이어졌다.

이환주 대표는 1964생으로 KB국민은행 부행장, KB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쳐 계열사 대표에 오른 '정통 KB맨'이다. 특히 KB금융지주에서 그가 맡은 재무총괄 자리는 요직 중에 요직이다. 2022년 그가 KB생명보험 대표로 처음 선임됐을 때부터 통합법인 대표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파이낸셜·현대증권·LIG생명 모두 비슷한 길 걸어

앞서 인수한 다른 회사들도 KB라이프생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은 2014년 3월 KB금융의 11번째 계열사로 공식 출범했는데 초대 대표는 오정식 씨티은행 부행장으로 결정됐다.

당시 기존 경영진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우리금융(우리은행) 출신들은 하루아침에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큰 동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 출신도, 기존 우리파이낸셜 출신도 아닌 제3자가 대표로 선임된 데다 캐피털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았던 KB금융이 배우는 자세로 내부 직원들을 대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다만 오 전 대표 역시 1년 만에 교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후 KB캐피탈은 박지우 전 대표를 거쳐 황수남 전 대표, 그리고 현 빈중일 대표까지 모두 4명의 대표를 맞았다. 오 전 대표를 제외하면 KB금융(KB국민은행) 출신이 2명, 기존 우리파이낸셜 출신이 1명이다. 박지우 전 대표와 빈중일 현 대표가 KB국민은행 출신이다.

박지우 전 대표 이후 내부 출신인 황수남 전 대표가 5년이란 긴 시간 KB캐피탈을 이끌며 내부 출신 선임 기조가 자리잡는 듯했지만 예상은 어긋났다. 올 초 취임한 빈중일 대표는 선임 직전까지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본부장을 지냈다.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초창기 내부 조직원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하기 위해 KB금융 출신을 바로 선임하기보다는 일종의 과도기를 거쳤다. LIG손해보험은 기존 대표였던 김병헌 대표가 KB손해보험 출범 이후에도 6개월 동안 자리를 지켰다.

현대증권 역시 상대적 다수였던 현대증권 출신 임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를 유임시켰고, 경영관리본부장 등 관리직에도 현대증권 출신을 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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