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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경영분석]KB부동산신탁, 책준 리스크에 충당금 '눈덩이'신탁계정대 8852억으로 늘어난 여파…금감원 검사 돌입

이재빈 기자공개 2024-08-30 07:30:22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 투입규모가 9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대비 2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 규모도 1000억원 이상 증가하면서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도 책준 관련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다만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리스크가 고점을 지나면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KB부동산신탁은 상반기 매출로 6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2%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매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항목은 435억원을 기록한 수수료수익이다. 토지신탁보수 315억원, 담보신탁보수 73억원, 대리업무보수 19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자수익은 22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122억원,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05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영업수익 규모를 웃도는 1793억원의 영업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적자의 주요 원인은 대규모 대손충당금이다. 대출채권 대손상각비 686억원을 설정하면서 적자가 발생했다. 신탁사가 토지신탁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신탁사 고유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악화된 셈이다.

신탁계정대 규모 증가에서도 고유자금 투입 증가가 엿보인다. KB부동산신탁의 상반기 말 신탁계정대 규모는 8852억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 906억원에 그쳤던 신탁계정대 규모는 2021년 1187억원, 2022년 2423억원, 2023년 685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유자금 투입이 증가함에 따라 대손충당금 설정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20년 104억원이었던 대손충당금 규모는 상반기 말 기준 2764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11.5%에서 31.2%로 증가했다.

책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가 대주단에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할 때 신탁사가 이중으로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하는 제도다. 신탁사들은 책임준공이 이행되지 않으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는 형태로 책준신탁을 수주했다.

신탁사 입장에서는 약정을 제공하고 고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원이었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정점을 찍었던 2021년 책준사업장 수가 109곳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79건, 2020년 88건, 2022년 105건, 2023년 72건 등이다.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책준사업장 수는 50곳이고 사업장에 실행된 PF대출잔액은 3조1931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분양경기가 침체되면서 불거졌다. 미분양으로 인해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책임준공 기한이 도과되기 시작했다. 책준신탁 사업장에 참여한 시공사 대부분이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중소형건설사였기 때문에 적잖은 책임준공 의무가 신탁사에 넘어갔다.

신탁사들은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으로부터 6개월 내에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PF대출 전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탁계정대는 PF대출 대비 상환순위가 뒷단에 자리하는 후순위 대출이다. 할인분양으로 인한 매출감소나 금융비·광고비·건축비 등 비용 증가가 발생하면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신탁사들은 상당한 규모의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손실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부터 KB부동산신탁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검사3국 소속 직원들이 파견돼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파견된 인원 규모는 7명으로 알려졌다. 검사는 약 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검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완료된 프로젝트를 포함해 모든 책준신탁의 수주 및 사업진행, 준공 등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된 프로젝트를 포함하면 전체 책준사업 수가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앞서 진행했던 신한자산신탁에 대한 검사 기간도 한 차례 연장했다.

다만 KB부동산신탁이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책준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인 만큼 대규모 자금조달에 유리한 지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월 단기차입금 한도를 4250억원에서 7650억원으로 확대했고 6월에는 1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책준신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신탁 책준사업장에 제공된 PF대출 약정액은 2022년말 7조9728억원을 고점으로 2023년말 5조6206억원, 상반기말 4조3486억원을 기록하는 등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이후 신규수주도 자제한 만큼 추가 신탁계정대 투입 가능성은 낮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책준신탁 리스크에 사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고 신탁계정대 투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해 왔다"며 "추가 대손충당금 설정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흑자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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