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의 전망이론은 투자자들이 왜 하락장에서 '손절매'를 주저하는지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손실에서 얻는 고통을 이익으로부터 얻는 효용보다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손실을 본 경우 어떻게든 손해를 메우기 위해 막연한 기다림을 선택하곤 한다.이런 맥락에서 AI 붐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쉽사리 저버릴 수 없는 것도 합리적인 예측 범위에 있다. 그런데 이 기대는 '언젠가 AI가 보편화된 세상이 올 것이다'라는 기대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어떤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지 않고 막연한, 시니컬한 성격이 강하다. 상장예비기업들은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오늘날 AI 거품론은 인공지능이 버는 돈에 비해 너무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의심에서 발흥했다. 미국발 증시 대폭락은 그 시그널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오고 있음을 드러낸 이벤트였다. 이후 증시가 곧바로 회복하면서 일시적인 해프닝이라는 의견이 득세했지만 지난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데자뷰가 연출됐다.
해당 섹터의 상장예비기업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이 적자라 '성장성'에 온전히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도 "증시 회복이 지연된다면 기술특례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면서 "매출 추정도 보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가 꺾이는 것보다 막연히 저버릴 수 없는 것이 더 문제다. 기대감이 뚜렷하게 낮아지는 경우 밸류에이션의 하향 조정은 뼈아프지만 납득은 간다. 반면 막연한 기대는 고평가를 견제할 수 없다. 연초 공모주가 상장하면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근래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상장예비기업들이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막연한 기대의 희생자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금감원이 실적 추정에 대한 근거를 더욱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섹터 자체의 성장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법들도 필요하다.
전망이론은 손실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엑시트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는 때로는 기다림 끝의 보람으로도 이어지지만 업황이 완전히 꺾였을 때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모두를 생각하면 꺾인 기대보다 막연한 기대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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