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2500' 탈락 후폭풍, 불똥 튄 협력사 갤럭시S25 두뇌, 퀄컴 칩 전량 채택…삼성전기, 하나마이크론 영향권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26 11:04:5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들여온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고배를 마신 탓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는 물론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의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에도 부정적이다.삼성전자 AP 생태계에 포함된 협력사들도 비상이다. 올 초 출시된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2400'이 탑재되면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신기루가 돼버린 상태다. 일부 업체는 관련 투자까지 단행해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퀄컴 AP 독점→수익 줄고 비용 늘고
25일 업계에 따르면 MX사업부는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25' 시리즈 전량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AP를 넣기로 이달 초 잠정 결론 내렸다. 퀄컴은 내달 해당 칩 공개행사를 열 예정이다.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가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현실화하면 퀄컴 AP가 독점한 '갤럭시S23' 시리즈의 재현이다.
당초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엑시노스가 전작에서 복귀하면서 차기작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엑시노스2400은 최상급 모델인 갤럭시S24 울트라에 투입되지 못했다.
코드명이 '솔로몬'으로 알려진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3나노미터(nm) 공정을 적용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첨단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세계 최초로 도입된 공정이기도 하다.
올 6월 미국 설계자동화(EDA) 기업 시놉시스가 삼성전자와 3나노 GAA 기반 시스템온칩(SoC) 테이프아웃(디자인 마무리 후 팹으로 넘어가는 단계) 완료 소식을 전하면서 엑시노스2500 개발이 순탄하게 이뤄지는 듯했다.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제는 양산화 작업에서 불거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엑시노2500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주요 지표가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결과적으로 사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MX사업부는 '최고의 부품을 쓴다'는 기조 아래 AP 공급사를 결정해왔다. 전작에서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이슈가 불거지자 갤럭시S23에 엑시노스를 배제한 배경이다. 이번에 엑시노스2500이 탈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다소 잔인한 측면이 있지만 MX사업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애플, 중국 등과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성능 강화 등을 위해 AP 관련 여러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엑시노스2500을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생산하는 파운드리사업부는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AI, 오토모티브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으나 여전히 핵심 매출처는 모바일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품목인 최고급 AP 고객을 잃으면서 성적 부진이 예고된다.
앞서 퀄컴이 최신 AP 양산처를 삼성전자에서 대만 TSMC로 전환한 바 있다. GOS 사태와 연관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사업부는 AP라는 핵심 먹거리를 잃게 됐다.
결정권자인 MX사업부에도 긍정적인 흐름은 아니다. 이원화를 통해 AP 단가를 낮출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AP 관련 비용을 지속 불어나고 있다. 결국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제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반대로 이를 감수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고대하던 삼성전기·하나마이크론 등 울상
엑시노스2500 출시를 기다리던 이들도 악영향을 받게 됐다. 계열사인 삼성전기, 국내 주요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외주사(OSAT) 하나마이크론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기는 이달부터 엑시노스2500에 적용할 실리콘 캐패시터를 양산할 계획이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자기기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실리콘 화합물이 유전체인데 소자 특성상 MLCC보다 전자 신호 속도와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삼성전기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혔으나 엑시노스2500 여파로 초기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모바일 고객 위주로 확장할 방침이었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다.
하나마이크론도 비슷한 처지다. 올 6월 686억원을 들여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부분 삼성전자 AP를 겨냥한 투자였다. 하반기부터 전용 설비가 투입하는 등 준비에 돌입했으나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하나마이크론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AP 사업이 흔들리면서다.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 로드맵을 변경하거나 다른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외에 LB세미콘, 두산테스나 등도 잠재적인 사업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현재 시스템LSI사업부는 내년 하반기 공개될 7세대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인 '갤럭시Z7'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을 납품하는 청사진을 그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폴더블폰에는 퀄컴 AP만 쓰였다. 진입에 난항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다만 성사 시 삼성전자와 협력사들은 해당 충격을 조금이나마 상쇄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스마트폰과 AP를 다루는 곳이 삼성전자다. 둘 중 하나가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내 전자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엑시노스의 부활이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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