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07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K뷰티가 북미에서 인기인데 저는 지금 우리 형님들(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조용한 게 오히려 걱정이 됩니다. K뷰티를 호령했던 저력과 자본력이 있는데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화장품과 패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한 기업의 상장사 직원과 가볍게 최근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업계의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화장품 산업에서 유독 빅2(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의 존재감이 작아졌다 느끼던 찰나라 공감이 됐다.
동시에 최근 넷플릭스 흥행작이자 가장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콘텐츠인 '흑백요리사'가 스쳤다. 이미 우승자가 누구인지 알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1편씩 조심스럽게 꺼내보고 있다. 흑수저의 반란 혹은 백수저의 관록에 감탄하고 팀전 미션을 바라보면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새길 수 있다.
12화 중 9화까지 시청하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백수저 애드워드 리와 흑수저 고기깡패(닉네임)가 '묵은지'를 두고 벌인 매치다. 미국 유명 셰프인 애드워드 리 앞에 붙은 수식어는 다양하다. 유명세가 곧 실력은 아니기 때문에 그가 블라인드 대전에서 당연히 이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고 지켜봤다.
하지만 반전없이 결과는 2:0으로 애드워드 리의 승리였다. 묵은지를 손으로 짜서 주스를 만들고 항정살을 구워 맛이 상상이 되지 않는 샐러드를 만들었다. 눈을 가린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는 샐러드에 곁들여진 단감을 '킥(Kick·음식에서 요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셰프만의 강력한 한방)'으로 꼽았다. 한식을 재해석한 센스에 감동했다. 눈을 가려도 백수저의 내공은 숨길 수 없었다. 스타 셰프란 타이틀에 고개가 끄덕어졌다.
K뷰티 산업도 북미 시장에서 계급장을 뗀 흑수저와 백수저의 서바이벌로 프레임을 씌우고 보니 재미있게 느껴졌다. 국내 화장품 산업은 제조를 담당하는 화장품 ODM 업체의 성장에 따라 기술력과 품질은 보장이 됐다. 결국 마케팅과 브랜드 파워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브랜드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화장품 대기업 즉 백수저의 질주였다.
하지만 현재는 제품력에 집중한 제품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마케팅에 적극 나서며 K뷰티의 성장을 흑수저 즉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흑수저의 패기와 성장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사실 백수저가 고전하는 구도가 반갑지만은 않다. 최근 일부 신생 브랜드의 제품 불량 이슈 등이 고개를 들며 흑수저 쪽으로 쏠리는 구도가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K뷰티가 파도를 타는 가운데 유독 빅2는 조용한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형 팩트를 세계 최초로 내놓으면서 화장품 산업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LG생활건강은 '더후'를 통해 럭셔리 한방 화장품의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중국 부진이 뼈아프긴 하지만 회복의 시간이 유독 길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반짝 유행이 아닌 거대한 트렌드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업력과 내공, 자본력을 갖춘 형님들이 뒷심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금의 K뷰티 백수저들의 침묵이 회심의 '킥'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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