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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이재용 회장 2년]'위기 헤쳐나갈 구심점이 없다'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지배구조]반도체 부진 속 '의사결정 문제' 목소리, 준감위도 꾸준히 언급

김경태 기자공개 2024-10-28 13:05:49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이 됐다. 4대그룹 오너 경영자 중 가장 늦었다. 이제 취임 2년차다. 기대와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큰 우려는 사법리스크다. 올해 2월 삼성물산 관련 합병 소송의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에서 곧바로 항소하고 새로운 소송도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 반도체사업 위기를 맞이했다. 그룹 재건과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 과제로 나아가야 하는데 기반이 돼야 할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그 속에서 지배구조 재편과 인사도 마쳐야 한다. 이 회장 2년차를 맞이한 삼성을 6개 키워드로 돌아보고 향후 행보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2016년 하반기 정치적 격변에 휘말린 뒤 2017년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한다. 그 후 3대 태스크포스(TF)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 전체를 아우르던 미전실 체제 때와는 달리 의사결정 구조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위기가 불거진 뒤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 목소리가 더 커졌다. 하지만 쉽사리 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과거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이다.

다만 이제는 외부에서도 컨트롤타워 복원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삼성 주요 계열사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컨트롤타워 재구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을 지적했다. 과거 결정의 번복에 대한 비판이 있더라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미전실 해체 후 사라진 '그룹', TF 체제 '한계' 지적 목소리↑

삼성은 국내 4대그룹 중 현대차그룹과 더불어 지주사 체제가 아닌 곳이다. 하지만 거대 기업집단인만큼 컨트롤타워가 필요했고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기에는 미전실이란 조직이 그 역할을 했다.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뒤 급격한 변화가 생긴다. 같은 해 12월 6일 다른 재벌 오너 경영자들과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 회장은 국회의원들의 종용에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말한다. 미전실은 2017년 2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은 미전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3개 TF 체제를 만든다. 전자 계열은 사업지원TF, 건설 계열은 EPC경쟁력강화TF, 금융 계열은 금융경쟁력제고TF가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 체제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단연 사업지원TF다. 정현호 부회장을 포함해 총 18명의 임원이 속해 있다. EPC경쟁력강화TF 임원은 강병일 사장을 비롯해 5명이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이승호 부사장 등 3명이 있다.

특히 사업지원TF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전자 계열 외에 속한 기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른 TF들은 중요한 사안에 관해 사업지원TF의 승인까지는 아니지만 소통하는 절차를 거쳐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정으로 인식된다.


삼성 의사결정 구조를 향한 안팎의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는 단초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내외부에서 전면에 나서 오너 경영자와 호흡을 맞췄다. TF 체제에서는 그룹 내부에 공유된 의사결정에 관한 공감대가 예전만 못하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복수 삼성 직원들의 얘기다.

이 탓에 지난해부터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 목소리가 더 커졌다. 반도체사업 부진 배경으로도 TF 체제 영향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구조의 복잡성이 반도체 환경 변화 대응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란 평가가 나온다.

◇사후적 비판 무서워? '감시자' 이찬희 준감위원장조차 필요성 언급

그런데도 삼성이 컨트롤타워 부활을 피하는 이유는 외부 비판을 향한 눈치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년간 사법부 최고위직을 지낸 법조계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고 이 회장이 등기임원에 복귀할 수 있지만 과거의 발언을 뒤집는 결정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은 여전히 사법리스크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은 올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민연금도 이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국정농단 관련 소송의 경우 특별사면을 받기는 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보다도 더 큰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다. 삼성전자의 실적, 한국의 대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사업에서 부진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삼성 내에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을 감시하는 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조차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꾸준히 밝혔다. 그는 작년 8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공개된 준감위의 '2023 연간보고서' 발간서에서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삼성인'이라는 자부심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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