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광중계기 원조' 삼지전자, LG유플러스와 30년 인연①PCS 광중계기 세계 최초 개발, 차세대 통신 기술 동반 준비
최현서 기자공개 2024-11-08 10:08:49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부분의 국내 통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1990년대 생겨났다. 통신강국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하던 시기다. 인프라 구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핵심 부품들이 부족했다.삼지전자는 그보다 이전인 1980년 세워졌다. 그만큼 관련 업계에서 '강한 기업'이다. 주파수변조방식(FM) 방송 수신용 중계기와 소방용 무선 설비를 중심으로 통신 장비 제조의 기반을 닦았다. 1997년 세계 최초로 개인휴대통신(PCS) 광중계기를 선보이며 입지를 굳게 다졌다.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과 인연을 이때 맺었다. PCS 광중계기를 LG텔레콤에 공급했다. 한때 삼지전자의 매출 90%가 LG 쪽에서 발생했다. 현재도 양사는 5G 오픈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흔들리지 않는 우정을 보이고 있다.
◇단계별 무선 통신 개발, IMF 한파 돌파
이기남 삼지전자 창업자는 1971년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5년 동안 '코리아정공'이라는 기계 제조업체에서 기초를 배운 뒤 1980년 '삼지콘넥터'을 세웠다.
삼지콘넥터가 지금 시대에 통용되는 통신 장비 사업으로 시작한 곳은 아니다. 전자회로에서 둘 이상의 물체를 연결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커넥터'를 주로 만들었다. 일례로 노트북 배터리 충전을 위해 충전기를 꽂는 부분도 커넥터의 일종이다. 복잡한 기계일수록 탈부착하는 부품이 많아지는데 이때 커넥터는 필수품으로 쓰인다.
미국과 캐나다 국제 규격을 획득하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삼지콘넥터는 1983년 좀 더 범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삼지상공으로 이름을 바꿨다. 전자 제품의 사양이 좋아지면서 커넥터 수요도 함께 늘었던 시기다. 이때 모은 자금으로 1987년 기업부설 연구소인 '푸로텍 연구소'를 세웠다.
본격적인 무선 연결 기술 개발을 이 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91년 삼지상공은 전자사업부를 세우고 리모컨을 제작했다. TV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무선 제어에 대한 필요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였다. 단기 무선 통신 기술을 확보한 삼지상공은 1995년 무선 통신 시장이 태동하자 '통신사업부' 개설했다. 2년 뒤에는 1997년 세계 최초로 PCS용 광중계기를 개발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FM, 무선호출기(PAGER)에서 디지털 신호를 주고 받는 통신 방식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때 1.8㎓ 중심의 고주파 대역을 쓰는 무선 통신도 퍼지기 시작했으나 자연스럽게 음영 지역도 전국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러 통신 소부장 기업들이 1.8㎓ 대역의 중계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지상공도 그 중 하나였고 1997년 10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PCS 광중계기를 개발했다. 간판을 지금의 삼지전자로 바꿨다.
IMF 한파가 국내 경제를 덮쳤지만 삼지전자는 피해갔다. PCS 광중계기 개발 이전인 1996년 매출 135억원, 영업이익 4억원이었는데 이듬해인 1997년 각각 206억원, 25억원으로 뛰었다. 1998년 본격적으로 삼지전자 중계기가 팔렸다. 그 해 매출은 602억원,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급등했다. 순이익은 1996년 2억원에서 1998년 90억원으로 45배 늘었다.
◇LG유플러스와 굳건한 동맹 '리스크도 있다'
삼지전자의 주력 생산품이었던 PCS 광중계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은 LG텔레콤이었다. LG텔레콤은 삼지전자가 PCS 광중계기를 개발하자마자 단독 도입을 결정한 곳이다. 이듬해 CDMA용 광중계기를 개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로 인해 중계기 시장에서 삼지전자의 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1997년 19%였던 점유율은 1998년 40%로 두 배 늘었다. 1999년에도 38%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국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납품 전까지 보이지 않던 LG텔레콤 출신 임원들이 삼지전자에 들어왔다. 장영모 삼지전자 전 이사는 2004년 LG텔레콤에서 이직해 고객지원시설 임원을 맡았다. LG텔레콤에서 제1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맡았던 김관명 전 부장은 2005년 삼지전자 부회장에 선임됐다. 양사의 인연은 여전히 굳건하다.
다만 LG텔레콤 '외사랑'은 부작용도 클 수 있는 부분이다. 1999년 기준 삼지전자의 매출의 94%가 LG텔레콤으로부터 발생했다. LG텔레콤의 실적에 따라 삼지전자의 향방도 갈렸다. 2000년 SK텔레콤에도 제품을 납품했지만 당시 LG텔레콤 몫이 70% 이상이었다. 지금은 그 비중이 저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와의 동맹은 위험성도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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