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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머크식 경영모델' 대주주위 그리고 외부의장 오너·대주주 '비전', 전문경영인·사외이사는 경영·감시…최현만 사외이사 '의장'

정새임 기자공개 2025-03-26 07:45:2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1시0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갈등이 봉합된 한미약품그룹은 어떤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까. 정말 오너는 배제한 의사결정이 가능할까.

지향점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유명한 독일 머크식 경영모델이다. 그룹을 지배하는 상장사 위 오너 100% 소유의 비상장 지주사가 존재한다. 오너가는 방향을 제시하되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진 않는다. 대신 이들이 참여한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를 통해 경영진 선임 및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역시 대주주연합이 참여하는 비공식의 '가족위원회' 혹은 '대주주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머크와 달리 외부 투자자에 의한 경영침해 등 우려가 있어 대주주연합이 이사회에 진입하되 위원회를 통해 경영진 선임과 그룹비전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의장은 역시 사외이사가 맡는다.

◇머크모델, 가족위원회+파트너위원회로 이사회 통제

한미사이언스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꾸린다. 핵심은 최근 영입한 김재교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전환한다는데 있다.

오너가 인물로는 기존 사내이사인 모친 송영숙 회장과 함께 임주현 부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한다. 장남 임종윤 사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대주주연합의 주축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자리한다.

1년간 모녀와 장·차남으로 갈려 오너가 분쟁을 겪은 한미약품그룹은 최근 합의를 통해 대주주연합이 주창한 머크식 경영모델로의 진화를 꾀한다. 단순히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미약품그룹의 방향성을 그려보려면 먼저 머크식 경영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688년 설립된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사 중 하나이자 그 어느 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경영권을 잡고 있는 이는 머크 가문으로 350년 이상 변함없이 지배력을 유지한다. 머크그룹은 지배 상단에 상장사인 'Merck KGaA'가 있고 이를 지배하는 비상장 지주사 'E. Merck KG'가 있다. 통상적인 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할 Merck KGaA 위에 또 다른 지배기업을 둠으로써 옥상옥 구조를 갖췄다.

Merck KGaA는 일반적인 주식회사가 아닌 경영권이 특정 지배주체에 고정된 합자회사주식회사다.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기업형태로 한국으로 치면 지주사와 취지가 유사하다.

Merck KGaA의 경우 70%는 지배주체에 고정, 30%만 일반투자자에게 공개돼 있다. 30%를 통해 외부 조달을 받으면서 머크가문의 지배력을 유지해나간다. 지배사는 지분 70%를 지닌 E. Merck KG로 머크가문이 100%를 소유한 오너 기업이다. 정리하면 머크 오너가→E. Merck KG→Merck KGaA→계열사 구조다.

머크 가문은 그룹을 지배하지만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를 둠으로써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가족위원회는 머크가문의 방대한 후손 중 핵심 가족구성원들로 이뤄진 위원회다. 가족 구성원 간 의견을 나누며 회사의 장기전략을 논의한다. 직접적인 경영 관여보다는 가문 차원의 원칙을 설정하는 곳이 가족위원회다.

파트너위원회는 비상장 지주사 E. Merck KG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머크 가문의 후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머크 가문 5명, 외부 전문가 4명으로 이뤄져 있다. 파트너위원회는 Merck KGaA의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임명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경영진의 활동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파트너위원회는 일반 주주들이 개입할 수 없는 가족기업의 핵심운영기구라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머크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조직으로 이사회의 상위 개념이다.

Merck KGaA 내 이사회는 감독이사회(Supervisory Board)와 경영이사회(Executive Board)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감독이사회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검토하고 경영진 임명을 승인하면서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이다. 일반적인 상장사 이사회 역할과 유사하다. 경영이사회는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C레벨 임원들이 모인 조직이다. 재무와 영업, 연구개발(R&D) 등 실질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이들의 활동은 파트너위원회와 감독이사회의 감독을 받는다.

◇머크식 위원회 차용 구상, 의장 사외이사 선임

머크가 독특한 지배구조를 세운 배경은 한미약품그룹이 현재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19세기 머크 그룹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외부 자본을 조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 때부터 외부 투자자에게 지배권을 뺏기지 않으면서도 원할한 조달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1995년 상장과 함께 이같은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꾀한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머크그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파트너위원회는 세대를 뛰어넘는 기업성장전략을 설정한다. 단기적인 주가, 배당보다는 R&D 투자와 혁신에 집중하는 곳이 파트너위원회다.

머크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간소화해 한미약품그룹에 적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골자는 오너가를 비롯한 대주주들로 구성된 일종의 가족위원회를 통해 한미약품과 계열사 등 경영진을 감독하는 형태를 그려볼 수 있다. 대주주들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한미약품그룹의 장기 비전을 고민하고 적절한 전문경영인을 추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오너 및 대주주가 모인 가족위원회 혹은 대주주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다만 머크와 달리 한미사이언스는 일반 주식회사로 외부 주주들이 이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사회에 대주주가 전혀 참여하지 않는 머크 모델을 그대로 따르긴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대주주가 이사회에 들어가되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해 역할분담을 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머크식 모델과 달리 이사회에 오너가가 참여하는 형태라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로 선임해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전에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아왔다. 최근 의장은 신유철 사외이사가 수행했다.

새 대표이사는 김재교 부회장으로 낙점된 상황에서 의장은 신규 후보자인 최현만 전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영훈 변호사다. 내부적으론 최현만 회장을 의장으로 점찍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아직 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 정해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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