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삼아알미늄, 이사회에 최대고객 LG엔솔 입김 뚜렷지분투자자들이 비상무이사로 이사진 합류…평점 대부분 1점대 포진
고진영 기자공개 2024-11-11 07:44:1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14: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아알미늄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이차전지 회사에 납품하는 알루미늄박 생산업체다. 자산이 4000억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이사진은 8명에 이르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대고객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지분투자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사회 규모와 비교해 운영체제는 미진한 수준에 그쳤다.◇'비상무이사만 4명'…배경은 지분투자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아알미늄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87점으로 산출됐다.
경영성과를 제외한 모든 지표가 1점대 평점에 그쳤다. 상장사지만 자산이 2조원을 밑돌아 이사회 운영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모범적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낮게 채점된 지표는 ‘견제기능’과 ‘구성’ 부분이다. 각각 1.3점과 1.4점을 얻었다.
특히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삼아알미늄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삼아알미늄은 한상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한남희 회장이 대표이사와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사회 규모는 8명으로 회사 덩치와 비교하면 드물게 큰 편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둘 뿐이고 기타비상무이사가 4명이나 된다는 데 있다.
이사회가 이례적 형태를 띠는 이유 중 하나는 삼아알미늄이 합작법인이기 때문이다. 삼아알미늄은 1969년 6월 설립, 1971년 일본 동양알미늄을 외국인 합작투자업체로 등록했다. 현재 일본 동양알미늄이 최대주주로 삼아알미늄 지분 24.97%를 지니고 있다.
동양알미늄은 한남희 회장 측과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아알미늄 이사회에도 비상무이사를 통해 참여해왔다. 현재 쿠스모토 가오루(楠本 薰)동양알미늄 대표이사 사장과 박사업본부를 통할하는 다나카 카즈모토(田中勝元) 전무집행역원 등 2인이 삼아알미늄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나머지 기타비상무이사 2인은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도요타쯔우쇼 측 인물이다. 도요타쯔우쇼의 카다야마 마사하루(片山昌治) 서큘러이코노미 본부 COO(최고운영관리자)와 이강열 LG에너지솔루션 구매센터장이 각각 올해 3월과 작년 3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도요타쯔우쇼, LG에너지솔루션 임원이 삼아알미늄 이사회에 관여하는 것은 작년 1월 삼아알미늄이 이 두 회사와 사모펀드로부터 자금 1250억원을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가 이뤄진 만큼 도요타쯔우쇼와 LG에너지솔루션은 삼아알미늄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삼아알미늄 지분 10.20%씩을 각각 보유 중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로 약 7000억원에 달하는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가 삼아알미늄 작년 매출의 약 3배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삼아알미늄의 투자자이자 최대 고객인 셈이다. 이사회 의석과 의결권을 확보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6개 지표, 대부분 모범기준 '미달'
결과적으로 이사회 규모는 비대해졌지만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사외이사 비중이 25%에 불과하고 사외이사 지원조직을 설치하지 않는 등 운영 시스템이 걸음마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삼아알미늄은 감사위원회를 비롯한 이사회 내 위원회도 두지 않고 있다.
이밖에 ‘참여도’와 ‘정보접근성’은 평점이 각각 1.5점, 1.7점으로 대동소이했다. 연간 이사회 개최횟수가 6회 수준으로 적은 편이고 별도로 진행된 사외이사 교육은 없었다는 점,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의 경우 1.9점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문항에서 최하점인 1점을 받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이사회 구성이 없다는 부분에서 평점이 다소 높아졌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경영성과’인데 2.5점을 받았다. THE CFO는 KRX 300을 구성하는 종목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비금융기업 277개사에서 상·하위 10%를 걸러내고 계산한 가중 평균치와 비교한다.
삼아알미늄의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해 최하점에 머물렀다. 부채비율을 제외하면 재무건전성에서도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초 4만500원이었던 주가가 연말 10만원대로 뛰는 등 주식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등 투자 관련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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