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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의 정체성 [thebell note]

노윤주 기자공개 2024-12-13 10:16:57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전문 기업인데 꽤 오랫동안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투자 업계 종사자들이 들으면 경악할 이야기다. 돈을 풀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건 투자사의 미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주주들로부터 “투자하지 말고 현금이나 쌓아두라”는 말을 듣는다.

주인공은 SK스퀘어다. 2021년 SK텔레콤에서 분할한 중간지주사이자 투자사다. 출범 직후에는 활발히 신규 투자를 했다. 코빗, 온마인드, 그린랩스 등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코빗에는 무려 900억원을 투입해 2대주주 수준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투자가 뚝 끊겼다. 이유는 아마도 투자 성과에 있다. 피투자사들 경영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린랩스 등은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그나마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원스토어, 티맵 등 자회사는 SKT로부터 물려받은 곳들이다. 상황이 이렇자 주주들은 SK스퀘어에 투자 대신 현금 비축을 요구했다. SK스퀘어는 꽤 긴 시간 신규투자 대신 포트폴리오 손익 개선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SK스퀘어 ‘픽(Pick)’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투자사가 투자를 멈추는 게 옳은 일일까. 수많은 신생기업이 탄생하고 그중 대다수는 사라진다. 100개 중 하나가 유니콘으로 성장한다. 투자는 그 하나의 잭팟을 노리고 100곳에 투자하는 것이라 들었다.

그럼 SK스퀘어가 해야 할 일은 '더 열심히 투자하기'다. SK스퀘어도 올해부터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12월이 되도록 유의미한 투자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 주가는 올랐다. 1조원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만 있는데 주주들은 SK스퀘어가 '허튼짓하지 않는다'며 반기고 있다. 신규 투자사로서 가치는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심지어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주가부양을 위한 6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불과 얼마 전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사주 1000억원 추가 매입, 소각 계획을 밝혔는데도 말이다. 신규 투자는 하지말고 주주환원에 보유 현금을 절반 이상 쓰라는 이야기다.

이쯤 되니 SK스퀘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투자 전략을 세울 시간에 주주환원책만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SK스퀘어는 투자사다.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도 필요하지만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게 더 급하다. 이번에는 제대로 '픽'해 투자 잭팟이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SK스퀘어가 투자사로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믿어줘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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