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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인맥 리더십]'사업가들의 15분' 이마트 미국 사업 전환점 맞을까②아시아-미국 유통업 가교 역할 '부각', '스타필드 마켓' 미국 오픈 예상 가능 시나리오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03 07:36:41

[편집자주]

재계 '소통왕'으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인맥 활용법이 최정점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만남은 단순 이벤트를 넘어 유통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벨은 글로벌 리더십과 경제적 기회 창출의 중요한 연결점이 될 '15분 회동'의 의미와 영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요? 장사해요."

2021년 1월 초 이마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이마트 LIVE'에 정용진 회장이 전라남도 해남의 한 재래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모습이 담겼다. 한 상인은 정 회장에게 "뭐 하시는 분이에요"라고 물었고 그가 가볍게 내놓은 답변이다. 이는 지역 농어민과의 상생 협력과 지역 특산물의 품질 검증에 직접 나선 '재벌'이 아닌 '장사꾼'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2021년 1월 이마트 라이브에 업로드 된 '배추밭 비하인드와 시장에서 장본 이야기 공개' 편 사진 발췌
정 회장은 재래시장에서 '장사꾼'으로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판매의 본질'을 살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에서는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감각과 사업가적 기질을 겸비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의 재벌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쳤을 수 있다.

전 세계 엘리트들과의 인맥을 구축하고 경제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정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가 이뤄진 15분간의 만남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기로 평가된다. 트럼프 1기 정권 때부터 미국 사업에 힘을 주고 있던 정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서 어떤 방식으로 '윈윈(Win-win)' 파트너십을 구축할지 유통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 소회…'사업' 키워드 부각

정 회장은 2024년 12월 셋째 주 특별하고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이자 평소 친분을 두텁게 쌓아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 6일간을 체류했다. 일론 머스크 등 트럼프 2기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을뿐 아니라 한국 정·재계 최초로 트럼프 당선인과 약 10분~15분간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일정을 마친 후 12월 2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확대 해석을 경계한 정 회장은 "사업하는 입장에서 제가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는 짧은 소회를 전했다.

심플한 공식 멘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업' 이었다. 이 키워드가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성향과도 연결점이 있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부터 협상과 거래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정 회장과의 짧은 만남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을 엿본 자리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 맞물려 정 회장은 미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대상자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크다.

주선 역할을 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그동안 부친의 사업 확장과 네트워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의 독특한 재벌 체제와 유통·소비재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신세계그룹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비즈니스 확장과 협력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질 여지가 생겼다.

특히 그동안 유통 업계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있어 주목받지 못하던 산업군이었다. 내수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나, 자동차 등의 산업처럼 미국에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 투자 계획을 발표할 구조도 아니다. 공급망 이슈나,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따른 전략을 살피거나 고환율 상황 대처법을 마련하는 '간접적' 타격을 대응하는 수준이었다.

양 측의 협력이 정말로 성사된다면 사업가들의 윈윈 전략을 뛰어넘는 것이다. 아시아와 미국 간의 협력을 통해 유통 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 5000억 이상 실탄 투자, PK리테일 홀딩스 사업 확장 발판 계기 되나

정 회장의 이번 회동 후 가장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역시나 신세계그룹의 미국 진출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크게 정용진 회장이 주도하는 이마트와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로 나뉜다. 미국 사업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다.

이마트는 트럼프 정부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시절이었던 2018년 미국 법인 'PKRH(PK Retail Holdings)'를 설립한 후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 인수하면서 미국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굿푸드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즈, 레이지 에이커스 등을 운영한다.
이마트 해외 사업 지분구조
이마트가 해외 현지 기업을 인수한 것은 굿푸드홀딩스가 처음이었다. 과거 중국과 베트남의 등 해외 직진출에 나서며 실패의 쓴맛을 봤던 경험을 통해 미국에서는 M&A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현지 기업 인수로 미국 사업 연착륙을 이룩하겠다는 의지였다.

굿푸드홀딩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이마트는 2018년 12월 PK리테일 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3241억원 규모의 실탄을 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사업을 키우고 있다. 2019년 말에는 뉴시즌스마켓 등을 전개하는 뉴시즌스(New Seasons)를 약 2381억원에 품고 사업을 확장했다. 2022년에는 이마트 아메리카를 통해 계열사 신세계푸드의 미국 법인을 275억원에 인수했다.

2019년 신세계푸드에 넘겼다가 3년 만에 다시 사온 것이다. 이마트의 미국사업을 확장하는데 HMR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던 공장이다. 미국사업에서 제조와 공급을 계열사 별로 따로 두지 않고 하나로 가져가 시너지를 키우기로 했다.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 투입한 실탄은 6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정용진 회장은 미국 진출 당시 LA 지역에 2019년 프리미엄 식료품점인 'PK마켓'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슈에 따라 비용이 상승하면서 현재까지도 자체 브랜드인 PK마켓 오픈은 연기된 상태다. 다만 이는 국내 사업과도 궤를 같이 한다. 시장 환경 변화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5년 만에 PK마켓을 철수한 상태했고 최근 새로운 형태의 쇼핑 경험을 제시하는 '스타필드 마켓'을 오픈해 실험을 하고 있다.

스타필드 마켓은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공간 혁신,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고객 체류 시간이 늘어났고 성공한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단 향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스타필드 마켓 모델을 적용해 사업을 키우는 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이슈로 보인다. HMR을 제조하는 미국 현지 공장 투자 확대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멘트를 통해 사업가로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한 것을 알렸다"며 "미국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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