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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백화점 3사]경영 전면에 선 전문경영인, 오너 존재감 '굳건'[지배구조&이사회]②신세계·현대 회장 체제로 책임 경영 강화, 순혈주의 깬 롯데의 '실험'

정유현 기자공개 2024-12-30 08:25:1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화점 업계는 주요 3사의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부모 세대의 유산을 물려받은 '2세대' 경영자들의 불꽃튀는 라이벌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지만 총수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도록 경영진을 배치했다. 백화점 운영 전략과 경영인을 세우는 기준, 오너의 이사회 참여 방식까지 3사는 결은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 정유경 회장 승진, 3사중 유일한 '오너가=최대주주'

2024년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7080 오너'의 승진 이슈였다. 백화점 업계로 좁혀서 살펴보면 2025년 정기 인사에서 ㈜신세계의 정유경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세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된다.

당초 부회장 승진이 거론됐지만 신세계백화점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단숨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는 조직도상 크게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인사는 재계에서 첫 여성 회장의 등장이자 공식적으로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 분리가 공식화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총괄 회장, 정용진-정유경 회장 등 오너 가족이 주요 직책을 맞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맞기는 구조다. 굳건한 오너십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지배 구조에서도 타사와 차이가 있다. 롯데쇼핑(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주사가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는데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이 18.6%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지배력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의 이사회를 살펴보면 2024년 정기인사를 통해 선임된 박주형 대표를 필두로 3명의 사내이사,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올해의 변화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은 '사내이사'의 소속이다. 백화점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그동안 ㈜신세계의 사내이사는 기획관리본부장과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임원을 중용했다.

그룹의 핵심 컨트롤 타워 중심으로 싱크탱크 조직을 구성했다면 올해 초 김선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등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례적으로 백화점의 영업을 이끄는 임원을 배치한 것이다. 허병훈 전 사내이사가 신세계건설 대표로 급파됐고 기존 임원의 과다 겸직 이슈 여파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

여러 배경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사회의 중심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에서 백화점으로 옮겨졌다. 백화점 중심으로 꾸려진 사내이사진은 박주형 대표와 함께 본업 경쟁력을 다지는데 주력하면서 정유경 회장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백화점 외부 영입 전문경영인 3인 체제, '유통 1번지' 재건 과제

롯데백화점의 이사회의 구성을 살펴보려면 롯데쇼핑의 사업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뿐 아니라 할인점, 이커머스,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영위하지만 백화점 사업이 주력이다. 1970년 백화점 경영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9월 말 기준 37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신동빈 회장이라는 단단한 오너십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지닌 경영자들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사회를 살펴보면 롯데쇼핑 내 사업 부문을 아우룰 수 있도록 전문경영인 '3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중심으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부사장) 삼각 구도가 형성됐다.

'코로나19' 이후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2022년 정기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대표 인물이 홈플러스와 P&G 등을 거친 김상현 부회장이다. 백화점 부문의 정준호 대표도 신세계 출신으로 비(非)롯데맨이다. 강성현 대표도 컨설팅 회사 출신이다.

김 부회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내부 운영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김 부회장과 함께 주력 사업인 백화점 부문 반등에 나서고 있는 인물이 정준호 대표다. 정 대표는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비효율 점포 재조정'을 공식화했고 마산점 폐점 후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 카드도 들고 있다.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미래형 쇼핑몰 사업'을 낙점하고 초석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비 롯데맨 3인방은 등기이사로서 롯데쇼핑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장호주 부사장(CFO)도 사내이사로 참여하면서 재무 전문성을 높였다. 5명의 사외이사와 함께 총 9명의 이사회는 롯데쇼핑의 '유통 1번지' 재건을 위해 군불을 지피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3사 중 유일하게 이사회 참여

현대백화점은 신세계와 롯데와 다르게 오너인 정지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드러나있다. 정지선 회장은 1997년 현대백화점 부장으로 입사한 지 약 6년 만인 2003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정몽근 명예회장이 2007년 퇴진하면서 재계에서 최연소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정 회장은 그룹의 백화점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패션, 가구, 식품 사업 등으로 넓혔다.

사업 다각화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전환을 준비하는 등 그룹 회장으로서의 임무가 막중하지만 백화점 사업에 여전히 애정을 보내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웠지만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지영 대표 2인 체제다. 정지선 회장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백화점 사업까지 두루 살핀다면 영업 전략 전문가인 정지영 대표가 핵심 업무를 실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지영 대표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더현대 서울'의 콘셉트를 주도했다. 더현대 성공을 통해 현대백화점은 기존 문법을 깬 백화점의 성공 방정식을 썼고 국내 최단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백화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지영 대표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의 표준을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중이다.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정지선 회장과 정지영 대표뿐 아니라 민왕일 경영지원본부장도 참여하고 있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도 주력 계열사의 이사회에 몸담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이자 현대백화점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의 이사회 의장까지는 맡지 않고 있다. '믿을맨'인 정지선 대표에게 의장을 맡기면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협업과 조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실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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