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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백화점 3사]'쩐의 전쟁' 점화, 핵심은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유동성]③복합몰 형태 미래형 매장 공들이는 투자 지속, 외부 조달 카드 '필수'

정유현 기자공개 2024-12-30 12:24:0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다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백화점 3사의 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프라인 혁신'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체험형 콘텐츠와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면 집객효과에 따라 매출이 상승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정체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프라인 강화를 선택한 것이다.

투자를 통해 백화점 3사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뿐 아니라 외부 조달 방식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성장 동력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 2030년까지 7조원 투자, 레버리지로 최적 자본 구조 달성

2022년 코로나 엔데믹을 기점으로 롯데와 신세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차원의 통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유통을 비롯한 전 사업 부문에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유통 군에 22% 해당하는 8조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통군 투자는 대규모 복합몰 개발과 핵심 지점 리뉴얼에 방점을 찍었다. 투자 계획을 발표한 해인 2022년 '8대 점포 리뉴얼' 계획을 밝히고 핵심 매장을 뜯어고쳤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수원점을 타임빌라스로 재단장해 오픈한 것이 핵심이다. 명칭에서도 아예 백화점을 떼고 쇼핑몰로 전환의 첫 단추였다.

수원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롯데백화점은 미래형 복합 쇼핑몰 전략에 승부수를 띄웠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 10월 공식적인 석상에서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국내외 10여 곳에 미래형 쇼핑몰을 조성하는 통큰 계획을 발표했다.


수조원대 투자를 위해서 롯데쇼핑은 보유 현금과 자본시장 통로를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무게가 실린다. 일단 롯데쇼핑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최근 5년간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여윳돈)가 창출됐다. 다만 2023년부터 점포 리뉴얼 등 투자를 강화한 영향에 남기는 여윳돈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CAPEX(유무형 자산 취득금 합계 기준)투자로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2022년 연간 (5756억원) 투자금을 상회하는 수치다. 3분기 말 기준 FCF는 2000억원대로 계산된다. 투자 여파로 당분간 FCF는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조단위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외부 조달이 필수인 셈이다. 롯데쇼핑 수익성이 반등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레버리지 활용을 통해 신용 등급을 높이는 등의 방향으로 재무 전략을 짤 것으로 해석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10월 진행된 7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정 대표는 "자금 계획은 현재 보유 중인 자금, 매년 만들어내는 EBITDA를 계산해 적정 부채비율 범위 내에서 외부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점포 투자에 1조원 이상 투입, FCF 감안 투자 속도 조절

롯데그룹의 투자 약속과 동시에 2022년 신세계그룹도 5년 동안 20조원 투자 목표를 제시했다. 이 중 신세계백화점의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 리뉴얼 등을 위해 3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3년 신규점 출점 등에 7629억원의 실탄을 투입했다.

올해 ㈜신세계가 세운 백화점 부문 투자 계획 목표는 5203억원 규모다. 종속 회사 투자금(광주신세계 4800억원)까지 합치면 백화점 쪽에만 약 1조원 규모다. 신세계백화점은 13개 전 점포의 지역 일등 점포 전략을 공고히 하기 위해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강남점과 대구점 등 핵심 점포 중심으로 F&B 부문을 확장하면서 집객 효과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 출점의 경우 수서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수서역 환승센터에 한화가 추진하는 백화점·호텔 복합 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로 들어선다. 신세계백화점의 신규 지점도 복합몰 형태다.

신세계는 투자 로드맵 실행을 위해 벌어들이는 현금과 외부 조달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4437억원 규모인데 CAPEX 투자에 이를 상회하는 자금을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돈 쓸 곳은 많은데 현금 창출력이 저하되자 차입을 일으키면서 유동성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핵심 점포 리뉴얼과 동시에 종속 회사인 광주신세계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을 진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신세계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3조8600억원대로 계산된다. 신규 출점 등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재무 건전성을 다지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측은 "내년 신규 출점과 리뉴얼 등이 지속할 예정으로 FCF를 감안해서 투자일정을 완만하게 조정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보유 자금 활용 '리뉴얼 추진', 향후 외부 조달 무게

현대백화점은 롯데와 신세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투자금을 집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핵심 점포 리뉴얼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3월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오프라인 플랫폼 공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점포에 2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3분기까지 연결 기준 CAPEX 투자금을 살펴보면 약 2800억원 규모다. 2019년과 2022년 연간 투자금을 상회하는 수치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규 출점 계획을 살펴보면 현대백화점도 부산에 오픈한 '커넥트 현대'의 성공을 바탕으로 신개념 복합 쇼핑몰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년 오픈 예정인 청주점에 커넥트 현대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가장 규모 있게 추진하고 있는 출점은 더현대 광주(가칭)다.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더현대 광주의 투자 예정 금액은 1조1678억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최대 프로젝트다. 현재 604억원이 집행됐으며 향후 1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두 차례 회사채를 발행해 채무 상환과 운영 자금 등으로 활용했다. 지누스 인수 여파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올해 들어서는 차입금 상환에 나서는 등 건전성 다지기에 돌입한 상태다.

핵심 점포 리뉴얼 등의 투자금은 현금 창출력으로 자체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현대 광주 투자를 위해서는 외부 조달 카드를 고려할 것에 무게가 실린다. 재무 체력을 키우는 것도 향후 더현대 광주를 위한 준비 단계로 해석이 된다.

올해 초 회사채 발행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토대로 투자 자금을 일정 부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누스 인수로 재무 부담이 상승한 가운데 향후 투자자금 조달 방식 및 차입부담 통제 여부 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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